[사설] 절망과 혼돈을 넘어 ‘희망 한국’을 향해 나아가자

입력 2017-01-01 17:31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다. 오늘도 어김없이 태양은 떠올랐고, 새벽을 깨우는 닭의 울음소리는 우렁찼다. 하지만 희망과 설렘보다 두려움으로 맞는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하고 엄중하기 때문이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험하고 어려운 길을 걸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경험한 바가 없으니 스스로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 숙명이다. 주저하거나 피하지 말자.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도전이다.

희망을 노래하자. 비록 그 길이 험난할지라도 서로 보듬고 의지하며 나아가야 한다.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없다. 기적은 있다. 다만 거저 오지는 않는다. 어둠을 사르고, 거친 파도를 박차고 떠오른 태양처럼 지금의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하며, 또 그렇게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전진이 여기서 멈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럴 힘도 있고 의지도 충분하다. 식민의 역사 속에서도 민족정신을 잃지 않고 독립을 이루었고, 골육상쟁의 비극을 겪고서도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저력의 민족이 아닌가.

우리는 지난해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하고 국정이 거의 마비되는 등 상상조차 하지 못한 미증유(未曾有)의 위기를 경험했고, 그 후유증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경제는 첩첩산중이고, 정치는 살벌하다. 대권에 눈먼 정치지도자들에게 국민과 국가는 안중에 없다. 사정이 이럴진대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주변을 돌아보면 걱정이 태산이다.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강조하며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나설 태세인 데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동맹의 공존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 챙기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도 우리를 옥죄고 있다. 사드 배치를 놓고 노골적인 내정간섭을 하는가 하면 경제적 보복은 물론이고 문화보복까지 하고 있다. 미·중은 경제전쟁에 이어 군사적 충돌 조짐도 보인다. 미·중 갈등은 우리에게 치명적이다. 우리는 군사·외교·경제적으로 양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군사·외교적으로 미국과의 공조가 절실하고, 경제적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협력을 외면할 수 없다. 더욱이 미·중 양국은 환율전쟁까지 벌이고 있다. 러시아도 군사력을 앞세우고 다시 준동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은 미·중·러 3강 각축전이 뜨겁게 진행되면서 신(新)냉전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돌아가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냉엄한 상황에서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으며, 나라의 명운(命運)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대다. 특히 새 리더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적폐를 일소하고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이는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의 명령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의 경구를 가슴에 깊이 새기고 오로지 국민과 국가만을 바라보는 지도자여야 함은 물론이다. 어떤 지도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작금의 위기가 도약의 기회로 전환될 수도 있고, 반대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국민들이 현명한 지도자를 선택하면 전자의 길을, 그렇지 않으면 후자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그 열쇠는 국민들이 쥐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어두운 터널에 갇힌 형국이다. 수출은 줄어들고, 수입도 줄어든다. 이익은 내고 있으나 불황형 흑자다. 기업들은 투자를 꺼린다.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다. 경제규모가 쪼그라드니 고용은 절벽이다. 일자리를 얻지 못해 좌절감에 빠진 청년들은 길거리를 헤맨다. 직장인들은 ‘명예퇴직’이라는 미명하에 쫓겨나고 있다. 2%대 성장은커녕 1%대 성장마저 우려된다.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끼니 걱정하던 나라를 경제규모 세계 11위의 국가로 키워온 민족이다. 마음을 모으고, 진실로 최선을 다하면 멈춰선 성장 엔진이 재가동되리라 믿는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전제가 있다. 우선 정부는 기업가 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것은 기본이고, 기업하는 기쁨이 넘치도록 도와줘야 한다. 기업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서 화답해야 한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존재 이유지만 고용을 이뤄내고 이를 통한 사회경제적 균형을 도모하는 것 또한 책무다.

공공·금융·교육·노동 등 4대 개혁과제는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완성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개조를 위한 핵심과제다. 기득권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거부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툭하면 경제를 볼모로 잡는 정치권의 행태도 근절돼야 한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장밋빛 공약으로 혹세무민하는 포퓰리즘은 절대 삼갈 일이다. 이는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키고 나아가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킨다. 한마디로 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이며 모두에게 고통을 안기는 죄악이다.

경제는 단순히 먹고사는 생존문제를 넘어선다. 인간 존엄성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 이후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강조되면서 인간의 모습을 한 경제, 따뜻한 자본주의는 점차 약해지고 있다. 때문에 돈이 돈을 버는 약탈적 자본주의를 탓하는 불만세력은 늘어났다. 금수저 흙수저 논란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부유해지는 왜곡된 경제구조를 뜯어고치는 일도 시급하다. 땀의 의미와 가치가 보장받는 따뜻한 시장경제를 되살려야 한다.

한반도는 지구촌에서 유일한 분단국이다. 북한은 그동안 수많은 도발로 신뢰를 저버리고 심지어 우리 국민의 소중한 목숨까지 앗아갔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핵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이것은 공존의 제1원칙이고, 민족이 살 수 있는 길이다. 북한은 종국적으로 함께 가야 할 한민족이고, 통일의 대상이다. 통일은 누가 뭐래도 한국 경제의 잠재적 성장 동력이다. 꺼져가는 통일 불씨를 살려내는 일은 이런 의미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다. 그렇다고 북한에 끌려가거나 ‘평화통일’의 원칙이 훼손돼선 안 된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경쟁에서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았고, 우리는 이기기 위해 경쟁했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을 배려하지 못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아집과 독선, 편견이 가득한 사회에 소통이 있을 리 없다.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어 왔다. 당연히 다양성도 무시됐고 차이는 거부됐다. 진영논리에 빠진 보수와 진보의 사생결단의 막장싸움은 거대한 사회악으로 변질되면서 대한민국 성장의 에너지를 갉아먹었다. 보수든 진보든 그 가치는 존중해야 한다. 나아가 보수와 진보는 대결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경쟁을 벌이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헬조선’의 좌절감이 팽배해졌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기쁨과 희망은 사라지고 분노와 절망이 극에 달한 무서운 사회가 됐다. 누구 탓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잘못이고, 우리 모두에게 그 책임이 있다. 미움을 거둬들이고 용서하자. 희망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있다.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 넘어지고 다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사회, 힘에 부친 삶을 살아가는 이웃의 등을 토닥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