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소환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조사하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박영수 특검을 찾아 김 전 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20여명에 대한 청문회 위증 여부를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검 관계자는 “엄중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30일 블랙리스트 관련자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그는 2014년 8월부터 지난 9월까지 장관으로 재직하며 블랙리스트 명단을 관리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국조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전임자였던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속된 말로 개가 웃을 일”이라며 김 전 장관이 리스트의 존재를 모를 리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특검도 지난 26일 압수수색과 리스트를 작성·관리한 실무자·관계자를 불러 조사해 김 전 장관을 압박할 증거와 진술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 측근 차은택씨의 스승인 김 전 장관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 달라고 통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은 김 전 장관을 조사한 뒤 리스트 작성 지시자로 지목된 김 전 실장 소환 시기를 가늠할 방침이다. 국정농단 사태의 각종 의혹에 김 전 실장 이름이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김 전 실장은 ‘법꾸라지’라는 별명이 따라붙을 정도로 절묘하게 의혹들을 피해나가고 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사건이 이번 사태와 김 전 실장을 연결할 거의 유일한 연결고리라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는 중이다. 특검은 이와 관련해 김희범 전 문체부 1차관을 31일 소환조사한다.
한편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풀 핵심 인물인 전 청와대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의 출국을 허용했다. 특검은 “필요한 자료를 모두 제출받았고 확인할 사항도 모두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특검, 김기춘 소환 멀잖았다
입력 2016-12-3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