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절차기일이 종료됐다. 새해부터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얼굴) 대통령 파면 여부를 본격적으로 판단하는 단계에 들어선다. 특별검사의 박 대통령 뇌물죄 수사도 여러 갈래에서 쉴 새 없이 펼쳐지고 있다.
“피눈물이 뭔지 알겠다” “나도 모르는 부분이 기정사실로 된다”고 박 대통령은 호소하지만 별다른 반전 포인트는 보이지 않는다. 특검의 수사 시한이 마무리되기 전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법조계에서 나온다.
박 대통령은 헌재 준비절차기일이 마무리된 30일까지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해가던 7시간 동안의 세부 행적을 정확히 제출하지 못했다. 앞서 박영수 특검은 국민적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특검의 의무라는 ‘특검론’을 밝혔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주겠다”는 그가 든 대표적 특검의 의무는 ‘세월호 7시간’ 진상규명이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 측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일 행적이 생명권 보호 의무만 아니라 대통령의 성실한 직무수행 의무까지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 측은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답변을 헌재에 제출했다. “신속한 현장 지휘를 했고 객관적 증거가 다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 측 답변이 특검 수사를 어렵게 할 만한 결정적 방어가 되거나 소추위원 측을 당혹케 할 반박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크다. 헌재는 오히려 “시각별 자료를 남김없이 내 달라”고 석명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 측은 심판 개시 이후 “이 사건은 형사소송”이라며 무죄추정의 원칙 적용을 주장했지만 이마저 헌재가 벌써 다른 의견을 폈다. 강일원 재판관은 30일 마지막 준비절차기일에서 “우리 탄핵심판은 헌법과 헌재법에 따른 재판으로서 일반 법원의 민·형사 재판과 다르다”며 “100% 형사소송처럼 진행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간 학계에서도 탄핵심판의 특수성을 많이 언급했다. 대통령의 행위가 범죄 구성 요건을 충족하느냐를 넘어 헌법·법률에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더 큰 틀에서 가늠하는 심판이란 얘기다.
검찰 수사에 대한 반응도 박 대통령 측만 유독 다르다. 박 대통령은 과거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피의자 입건 때 ‘사상누각’이라는 표현으로 비난했다. 탄핵심판에서도 대리인단을 통해 “검찰 수사기록을 던져라”는 말까지 인용했다. 공개된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자는 뜻이지만 정작 박 대통령은 불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유일하다고는 볼 수 없어도 유력한 증거”라며 검찰로부터 3만2000여쪽 분량의 국정농단 사태 수사기록을 제출받아 검토 중이다.
법무부의 의견이 2004년과는 정반대로 달라진 점도 의미 있는 신호다. 법무부는 탄핵 사유의 사실관계에는 의견 표명을 하지 않으면서도 “국회의 탄핵소추 발의 의결(과정)은 적법했다”고 헌재에 밝혔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는 93쪽 분량으로 탄핵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논했던 법무부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 측이 주장하던 ‘탄핵소추의 절차적 정당성’은 헌재 논의 대상에서조차 탈락했다. 애초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시한 것 가운데 ‘낮은 지지율’과 ‘촛불시위’를 언급한 부분은 헌재 재판관들로부터 “이 부분은 어떤 취지로 이해해야 하느냐”는 의문을 샀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만 의미 있는 항변으로 보면 되겠느냐던 헌재는 그 다음 준비절차기일에서 “절차 문제는 치워버리고 증거를 들고 제대로 하자”고 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동시다발 속도내는 특검… 반전 없이 수세 몰리는 朴
입력 2016-12-31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