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도 당내 입지도 ‘뚝’ 고민하는 안철수… 돌파구는?

입력 2016-12-31 04:01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왼쪽)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3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나란히 앉아 대화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최근 ‘지지율 하락’과 ‘당내 입지 약화’의 이중고로 깊은 고심에 빠졌다. 특히 안 전 대표의 최측근인 김성식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호남 의원의 지지를 받은 주승용 의원에게 패한 것이 결정적이다. 대선을 국민의당 중심으로 치르자는 안철수계와 외부 세력의 적극적인 통합·연대가 필요하다는 호남계 간 대결의 신호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연말연시에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당의 향후 진로에 대한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안 전 대표는 31일 광화문 촛불집회, 1월 1일 단배식 등 국민의당 안팎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고민했지만 공식 일정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론 내렸다. 조만간 ‘중대 메시지’를 내놓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30일 “(안 전 대표가) 당내 구도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는 것은 맞다”며 “향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계가 주승용 원내대표 당선에 충격을 받은 이유는 점점 강화되고 있는 ‘호남 코어론’ 때문이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이 전국 정당을 표방해야 한다고 보지만 호남 의원들은 호남을 중심으로 뭉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호남 의원들은 호남을 기반으로 개혁보수신당(가칭)이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이른바 ‘제3지대’와의 연대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주 원내대표의 전날 취임 일성도 양측 간 생각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그는 “친박(친박근혜)계와 친문(친문재인)계를 제외한 여야 어느 세력과도 연대가 가능하다”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는 (바람직한 게) 아니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도 개혁보수신당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우리 당과 정체성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여권 비주류와는 함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정체성이 맞는 여권 인사들이 당에 합류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정당 간 통합은 안 된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 측은 전날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호남계와) 더 이상 함께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왔다고 한다.

안 전 대표는 호남 색채가 강한 당 지도부 구성을 지켜보며 당분간 내실을 다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진들과 전면전을 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 측 일각에서는 김성식 의원을 전당대회에 출마시켜 전대 구도를 흔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전대를 앞두고 당이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했다.

글=정건희 문동성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