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과서 한자 300자 표기’ 찬반 논란 재점화

입력 2016-12-30 17:55

초등학교 5, 6학년 교과서에 한자 표기가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교육부가 선정한 기본한자 300개 중에서 학습용어를 좀 더 잘 설명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종전 초등 교과서에 쓰인 한자는 24자 수준인데 12배나 늘어날 수 있다. 한글단체 등은 강하게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교육부는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기준’을 30일 발표했다. 한자는 단원의 학습용어에 한해 교과서 집필진 등이 한자의 뜻이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경우 쓸 수 있도록 했다. 표기 가능한 한자는 300자로 제한했다. 용어 바로 옆에 쓸 수도 있고 밑단이나 옆단에도 가능하다.

예컨대 초등 5학년 과학의 ‘태양계와 별’ 단원에 쓰인 항성의 경우 ‘항상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이란 용어를 이해하는 데 한자가 도움이 된다. ‘항성(恒星): 항상(恒, 항상 항) 별(星, 별 성)’로 표기 가능하다. ‘우주’처럼 용어의 뜻을 이해하는 데 한자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 쓰지 않도록 했다.

이 기준은 2019년 적용된다. 초등 5, 6학년은 2019년부터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배운다. 교육부는 지난해 새 교육과정을 발표하면서 한자 병기 방침을 밝혔지만 한글단체 등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다. 한글 전용론자(한글만으로도 의미 전달은 충분)와 한자 혼용론자(한자를 병기해야 의미가 명확해져)들 사이에도 갈등이 빚어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정책 연구 용역을 해보겠다”며 결정 시기를 올해 말로 미뤘다.

교육부가 한자 병기를 결정하자 한글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한글문화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어휘 교육을 망치고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정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교사용 지도서에는 ‘교과서에 표기된 한자는 암기하게 하거나 평가하지 않도록 한다’는 점을 명시해 사교육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