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제3자 뇌물 공식’ 해답 찾아가는 특검

입력 2016-12-31 04:03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정점에 있는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왼쪽부터)이 30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밝혀낼 핵심 인물이다. 서영희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 제3자 뇌물 혐의의 방정식을 속도감 있게 풀어가고 있다. 최순실(60)씨가 설립하고, 삼성이 자금을 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중요 공략 지점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등 현 정부의 조직적 삼성 지원과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 사이에 상관관계가 드러나면 해답이 나올 거라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팀은 30일 최씨의 조카 장시호(37)씨와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차례로 불렀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과 올 3월 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송금하는 과정에 등장한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씨와 장씨, 김 전 차관을 직권남용과 강요의 공범으로, 김 사장을 피해자로 규정했다. 최씨가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던 김 전 차관을 통해 김 사장에게 영재센터 후원을 요구했다는 게 기본 구도다. 이 과정에 박 대통령의 공모는 드러나지 않는다.

특검팀은 이 범죄에서 한 발 비켜서 있던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서 박 대통령의 흔적을 찾았다. 지난해 7월 25일자 수첩 메모에는 대통령 지시사항으로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 영재센터 지원 요청’이란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한다. 외압의 배후에 박 대통령이 자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7월 25일은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30∼40분간 단독 면담한 날이다.

영재센터 비리에 연루된 피고인들도 박 대통령을 혐의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29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한 자리에서 ‘김 사장을 통해 영재센터를 지원해 달라’고 한 부분이 있다. 대통령이 직접 얘기한 것을 (김 전 차관이) 굳이 왜 강요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장씨 측 역시 “(삼성이) 강요에 의해 후원금을 냈는지 의문”이라며 “특검에서 뇌물죄를 수사한다고 하니 추후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은 “수첩에는 대통령의 발언과 지시사항, 행적, 사실만을 모두 적었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이날 소환한 피고인들을 상대로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 과정에 박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주로 추궁했다. 박 대통령이 민간기업에 최씨의 개인회사에 지원해 달라고 직접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면 제3자 뇌물 정황은 더욱 짙어진다.

특검팀은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과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건을 하나의 흐름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다. 청와대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고, 삼성은 최씨 일가를 지원하는 식의 거래가 존재했을 수 있다는 게 의심의 요지다. ‘공무원의 직무 관련성’과 ‘부정한 청탁’이란 2개의 요건이 충족되면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된다. 이미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이 권력의 외압에 따른 결과였다는 정황은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글=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