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 대통합과 경제·사회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반 총장이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고 걱정하면서 ‘대통합’ ‘대타협’을 강조해 말했다”고 밝혔다. 정 전 원내대표는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 집무실에서 반 총장과 1시간가량 면담했다. 반 총장은 “나라가 위기 상황일수록 여성 청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어려움에 빠진다”며 “정치권에서 해법을 제시해야 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독자 세력화나 특정 정치세력과의 연대 등 귀국 후 행보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반 총장의 최근 언행을 되짚어보면 정치적 대통합은 ‘보수 통합’에서 시작해 중도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중도나 진보를 아우르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분열돼 있는 보수부터 통합해야 한다”며 “분열된 보수를 하나로 묶는 데 반 총장이 힘을 쏟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 고향(충북 음성)이 지역구인 경 의원은 지난 22일 같은 충청권의 박덕흠 이종배 의원과 미국에서 반 총장을 만나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 이들은 또 “귀국하자마자 어느 당으로 가겠다고 의사표시를 하는 것보다 여러 분들의 의견을 수렴한 다음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한 뒤 “시간을 오래 끌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는 점도 덧붙였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반 총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경 의원은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날 반 총장을 추종하는 당내 의원들을 작심 비판한 데 대해 “감내하겠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반 총장 지지 세력의 60% 이상이 보수”라며 “최근 보수층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반 총장 측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출사표를 던진 반 총장은 ‘통합의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제 한 몸 불사르겠다”고 밝힌 뒤 바로 다음 날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링컨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통합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후 개헌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비쳐 개헌을 연결고리로 한 제3지대에도 신호를 보냈다. 반 총장은 앞서 지난 16일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와 한 인터뷰에선 대선 출마를 위한 신당 창당은 “극히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은 30일 유엔본부에 마지막으로 출근했다. 반 총장은 다음 달 중순 귀국해 국립현충원과 5·18민주묘지 등을 방문하고 황 권한대행을 예방할 계획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반기문 “국가 위기… 정치·경제·사회 대통합 절실”
입력 2016-12-30 18:28 수정 2016-12-31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