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의 ‘밀어내기’ 관행을 뜯어고치겠다며 2013년 5월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을을 지키는 길(路) 위원회)가 활동 5년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재계로부터 “오히려 갑질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갑지로위’ ‘깡패위원회’라는 곱지 않은 말까지 들었던 위원회다. 하지만 을지로위는 3년7개월간 남양유업과 대리점 간 상생협약을 체결했고, 대형마트의 ‘30분 단위 근로계약제’를 폐지했다. 또 국회 청소노동자의 직접고용을 끌어냈다. 출범 때부터 을지로위 위원장을 맡아왔던 민주당 우원식(사진) 의원은 30일 “정치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지난 활동을 규정했다. 우 의원은 지난 19일 같은 당 이학영 의원에게 위원장 자리를 물려줬다.
을지로위는 갑을 사이 분쟁을 해결할 때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꽃 달기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3년7개월간 당대표 회의실에서 피운 꽃은 어느새 74개가 됐다. 우 의원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남양유업 사태를 꼽았다. 그는 “오랫동안 쉬쉬했던 갑과 을의 문제를 처음으로 사회에 드러낸 것이 남양유업 사태였다. 업체와 대리점주 간 상호 불신이 너무 크고 갑질의 뿌리도 깊어 매우 힘든 싸움을 했다”며 “하지만 두 달 만에 타결을 하고 꽃을 달았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우 의원은 유선방송사 C&M 설치노동자들과 함께한 고공 농성, 경기 포천 아프리카박물관에서 비인격적 대우를 받았던 아프리카 예술가들의 근로조건을 해결한 것도 기억에 남는 사례로 꼽았다. 그는 “2014년 12월 30일 20m 높이 광고탑 위에서 협상 타결소식을 듣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우리끼리 송년파티를 열었다. 그러고 나서 꽃을 다는 데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러나 뿌듯함보다 아쉬움이 더 진하게 배어났다. 입법권 외에 특별한 수단이 없는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우 의원은 “한 사업장에서 사태를 해결해도 몇 년 지나면 같은 사업장에서 그 문제가 또 발생하는 일이 적지 않다.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을지로위는 2014년 태광티브로드의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선언했지만, 올해 다시 티브로드와 같은 문제로 싸워야 했다.
우 의원은 “입법 외에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자료 요구나 기자회견, 국정감사 출석 요구 정도뿐”이라고 했다. 결국 법을 제정·개정해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여당의 협조를 구하는 일은 늘 쉽지 않다. 을지로위가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국회 청소노동자 직접고용에 매진했던 것도 ‘국회에도 용역 근로자가 있는데, 왜 우리한테만 그러느냐’는 한 하청 기업의 항변 때문이었다고 한다.
우 의원은 달라진 정치지형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여소야대에 새누리당 분당으로 야당이 201석을 확보한 이번이 진짜 기회다. 2월 임시국회에서 민생개혁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개혁보수신당(가칭)이 그걸 못 하면 개혁보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글=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乙 지키기’ 3년7개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빛났다
입력 2016-12-31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