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한우가격 폭등 여파로 껑충 뛴 ‘밥상 물가’ 이어 내년엔 소비자물가도 꿈틀 조짐

입력 2016-12-31 00:05

정책 당국은 저물가를 경계한다. 경기침체에 저물가까지 겹치는 디플레이션은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의 서막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장보기가 겁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한 판 가격이 만원까지 뛰는 마당에 무슨 저물가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정책 당국과 소비자들 간의 괴리가 왜 존재하는지를 보여준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였다. 지난해(0.7%)보다 높아졌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밥상 물가’는 크게 올랐다. 야채, 한우 등 우리 밥상의 필수 재료인 농축수산물 가격은 올해 3.8%가 올렸다. 전체 물가 상승률의 4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은 2011년 이후 최고치였다. 폭염 영향으로 배추와 무 가격이 뛰었고, 한우 가격은 산지 가격 하락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여기에 AI까지 겹치며 계란과 계란을 원재료로 하는 빵 등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외식, 교양·오락·문화상품을 포함하는 서비스물가도 2.7% 상승해 2011년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반면 누진제 폐지와 저유가 현상으로 전기·수도·가스료는 9.2% 하락했다.

내년에는 농축수산물 등 상품물가를 중심으로 물가가 더 뛸 전망이다. AI 여파로 상품 가격 상승이 연초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유가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서비스·상품 물가 최근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상품물가를 중심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낮은 물가상승률을 이끌었던 상품물가가 상승세를 보이며 소비자물가의 오름세가 확대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물가를 상품과 서비스로 나눠 분석한 결과 2013년 이후 서비스물가와 상품물가의 괴리가 커졌다. 상품물가는 유가 하락폭이 커지며 상승률이 빠르게 낮아졌다. 지난해(-0.5%)와 올해(1∼10월·-0.6%)는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서비스물가는 꾸준히 올랐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 독일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상품물가와 서비스물가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상품물가와 서비스물가의 괴리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세종=이성규 기자, 홍석호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