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입만 열면 ‘모른다’는 말을 뱉는 사람들을 보는데,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태입니다. 예전 같으면 주리를 틀든가 곤장을 치든가 족쳐서 죄상을 실토케 했으련만 됨됨이가 원래 글러먹은 자들에게는 기대난망이었던 것입니다. 나라가 죽이 되든 말든 나만, 우리만 잘살면 그만이었던 자들이었음이 드러난 것일 뿐. 그 끝 모를 파렴치(破廉恥)에 전율(戰慄)하게 됩니다.
‘족치다’는 견디지 못하도록 급하게 재촉하거나 다그친다는 뜻입니다. 물건을 깨뜨려 작게 만들거나 짓찧는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북어를 족쳐서 해장국을 끓이다’같이 말하지요. ‘논밭을 팔아 족치다’처럼 규모를 줄여 작게 만들다, ‘갑자기 내린 비로 장사를 족쳤다’처럼 일 등을 망치게 됐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실토(實吐)’는 사실을 토하다, 즉 거짓 없이 사실대로 다 말한다는 뜻입니다. 숨겼던 죄나 감췄던 비밀을 사실대로 털어놓는다는 뜻의 ‘불다’와 비슷한 말입니다.
2017년은 닭의 해인데, 닭을 포함한 꿩과의 조류, 특히 꿩은 다급한 상황에서 숨거나 도망을 해야 할 경우 아무데나 머리를 처박고 꼼짝 않는다지요. 눈만 감으면 모든 게 감춰진 줄 착각하는 것입니다. 지금 눈만 뜨면 보고 듣는 이런 한심한 자들은 족쳐서 죄를 낱낱이 불게 한 뒤 경(黑+京·얼굴이나 팔뚝에 먹물로 죄명을 새기던 벌. 혹독하게 벌을 받는다는 뜻)을 칠 일입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나라를 ‘족친’ 모르쇠를 족치다
입력 2016-12-3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