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졌다, 강해졌다, 빈틈이 없다….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가 팬들에게 듣는 소리다. 안토니오 콘테(47) 첼시 감독은 EPL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요즘 첼시의 홈구장인 스탬퍼드 브리지에선 “안토니오∼, 안토니오∼”라는 구호가 울려 퍼진다. 콘테는 어떤 마법을 부려 ‘푸른 사자군단’의 12연승을 이끌었을까.
콘테는 지난 9월 25일(현지시간) 아스날과의 2016-2017 EPL 6라운드에서 충격을 받았다. 0대 3으로 참패한 것이다. 콘테는 이틀 동안 밤을 꼬박 새우며 해법을 찾았다. 아스날전에서 0-3으로 뒤져 있던 후반 10분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빼고 수비수 마르코스 알론소를 투입해 4-1-4-1 포메이션을 3-4-3 포메이션으로 바꾸자 경기 흐름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어차피 질 경기이니 비시즌 동안 연마했던 스리백을 한번 가동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효과가 있었다.
콘테는 10월 1일 헐시티와의 7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알론소와 빅터 모지스를 좌우 윙백으로 선발 출전시켰다. 헐시티전에서 2대 0으로 이긴 첼시는 3-4-3 포메이션을 계속 가동해 본머스와의 18라운드까지 12연승 가도를 달렸다.
첼시의 공격 상황에서 양쪽 윙백은 중앙으로 파고드는 윙어를 대신해 상대 측면을 점거한다. 이들은 수비 상황에선 순식간에 내려와 파이브백을 형성한다. 상대 공격수들은 공격할 틈을 찾기 어렵다. 콘테는 탄탄한 수비로 상대의 공격을 봉쇄한 뒤 매서운 역습으로 승리를 따내는 전술을 선호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지난 7월 첼시 사령탑에 오른 후 선수들에게 낯선 스리백 수비 전술을 실험했다. 하지만 전술 난이도가 높아 실전에 사용하지 못하다가 아스날과의 6라운드에서 스리백이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첼시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는 최근 영국 언론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콘테 감독이 이끌고 있는 지금의 첼시가 최고의 팀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매 경기 승리하고 있다. 모두 자신감에 차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콘테는 1991년부터 2004년까지 공격형 미드필더로 유벤투스(이탈리아)에서 419경기를 뛴 레전드다. 아레초와 바리, 아탈란타, 시에나(이상 이탈리아)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그는 2011년 5월 유벤투스 사령탑에 올라 무너져 가던 팀을 스리백 전술로 재건했다. 그는 2011-2012 시즌 유벤투스의 무패우승을 달성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이후 역시 스리백 카드로 이탈리아 대표팀의 위용을 되살려 놓았다. 그는 첼시에 업그레이드된 ‘카테나치오(빗장수비)’를 성공적으로 이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장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인 콘테는 과거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며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에게도 책임감을 느끼게 해야 하다”고 강조한다. 과거 첼시가 감독과 선수들 간의 불화로 삐걱거린 사실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15승1무2패(승점 46)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첼시는 다음달 1일 홈에서 열리는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 13연승에 도전한다. 이 경기에서도 이기면 단일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2001-2002 시즌 아스날 13연승)을 세우게 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빗장수비 ‘콘테 매직’, EPL 홀리다
입력 2016-12-31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