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외교관 35명 추방·공관 2곳 폐쇄

입력 2016-12-30 18:21
워싱턴DC 주미 러시아대사관에서 29일(현지시간) 보안요원이 차량을 세운 뒤 폭발물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미 정부가 이날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공식화하면서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한다고 발표한 뒤 대사관에 대한 경비가 한층 강화됐다. 신화뉴시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전례 없이 강경한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를 당선시키려고 민주당을 해킹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퇴임을 3주 앞둔 오바마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를 향한 최후의 일격이기도 하다.

백악관과 미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미국에 있는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고 러시아 소유 공관시설 2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군 총정보국(GRU)과 러시아연방보안국(FSB) 등 5개 기관, GRU 고위직을 포함한 개인 6명에 대해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다. 추방되는 외교관 35명은 스파이로 규정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7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인사들의 이메일이 해킹돼 폭로 전문매체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되자 러시아의 소행으로 의심해 왔다. 백악관은 “러시아의 악의적인 사이버 행동은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였고, 미국의 민주제도와 선거 절차의 신뢰성을 저해했다”며 “이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를 겨냥해 “모든 미국인은 러시아의 행위에 경악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트럼프는 제재가 못마땅하다는 듯 “이 나라는 더 크고 좋은 사안으로 넘어가야 할 때”라는 성명을 내놨다. 다만 그는 “이번 사안의 팩트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다음 주에 정보 당국 수장들을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강력 반발하며 맞대응을 다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보비서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이번 제재는 근거가 없고 국제법상 불법”이라며 “상호적 조치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러시아 주재 미 외교관들에 대한 맞추방을 시사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