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성준] 기대되는 지상파다채널서비스

입력 2016-12-30 17:32

최근의 시대적 상황을 규정하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뉴노멀’이라고 할 수 있다. 뉴노멀은 그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에서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기준을 모색할 시기에 사용되며 사회 환경의 급변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성장 잠재력 하락, 저소비, 저출산,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절벽 등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질서를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최근 방송 분야의 ‘뉴노멀’은 디지털화·융합화에 따른 콘텐츠 이용 방식의 다원화를 의미한다. 모바일 기기, 스마트TV,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따른 방송서비스 간 경쟁은 또 다른 정보격차, 지식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층 간 교육격차뿐만 아니라 새로운 ICT 기술이 야기하는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소외계층의 복지 확대를 위한 보편적 방송서비스 제공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방송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의 정책규제 기관에서도 새로운 융합 환경에서 보편적 서비스와 콘텐츠 접근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디지털다채널방송(multi mode service)을 통해 기존에 허가받은 한 개의 주파수 대역에서 2개 이상의 채널 서비스가 가능해짐에 따라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교육방송의 보편적 서비스 확대를 통해 국민 복지를 제고할 필요가 있겠다. 미디어 간 경쟁 심화로 위축될 수 있는 공익적이고 새로운 융합형 교육 프로그램,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해나갈 어린이·청소년에게 창의적이고 우수한 품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2015년 2월 한국교육방송공사의 지상파 다채널방송 시범 서비스인 EBS 2TV를 허용하고 신규 서비스로서의 고화질 유지, 수신 오작동 등 기술적 안정성을 검증해 본방송 도입의 토대를 마련했다. 2015년에 실시된 미디어미래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EBS 2TV에 초중학생 대상 학습 콘텐츠와 외국어 교육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편성함으로써 연간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약 17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어 전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 완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EBS 2TV 시범 서비스의 인지도 및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청자들의 채널 인지도가 지난해 69%에서 74%로 상승했으며, 프로그램 만족도가 70% 수준으로 나타났다. 내년도부터는 소프트웨어, 4차 산업혁명 등 융합형 과학교육 콘텐츠 신규 편성을 확대해 창의적 사고역량과 복합적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차세대 인재 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1월에 EBS 2TV의 본방송 도입을 위해 지상파 다채널방송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지상파 다채널방송을 허가하기 위해 신규 서비스 도입의 공익적 필요성과 기존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심사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상파 다채널방송을 교육방송에 우선 도입해 시청자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의 결과다. 이 개정안이 방송서비스의 공익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삶에 필수적인 보편적인 교육서비스의 양적·질적 제고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