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모녀가 삼성의 자금 지원 창구인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를 설립하기 4개월 전부터 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을 승마협회에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을 요청한 지난해 4월은 정씨가 출산하기 직전 시점이다.
국민일보는 29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으로부터 지난해 4월 15일 작성된 ‘2015년 국가대표훈련 촌외(국외)훈련 승인 요청서’를 입수했다. 이 문건은 최씨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작성해 삼성이 회장사인 대한승마협회에 제출한 것이다. 그는 코레스포츠 설립과 삼성의 계약 과정에 깊이 관여한 실무 담당자다.
최씨는 문건에서 “우리나라 승마 발전과 올림픽 참가 자격 획득 등을 위해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비용 전액을 선수 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협회의 특별한 계획과 지원’을 요청했다.
이 문건은 그동안 삼성이 최씨와 정씨를 우회 지원했던 코레스포츠가 설립되기 전 발송됐다. 시기별로 보면 지난해 삼성의 대한승마협회 회장사 선임(3월)→문건 발송(4월)→코레스포츠 설립(8월)→비덱스포츠로 사명 변경(11월) 순으로 절차가 진행된다. 결국 코레스포츠 설립 자체가 삼성과의 사전 협의 하에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최씨 측에 개인적 지원을 꺼린 삼성이 법인 설립을 통해 적법한 지원 절차를 모색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최씨 모녀 소유인 이 회사와 220억원 규모의 지원 계약을 맺었다.
문건은 특히 훈련기간을 ‘2015년 5월 1일∼12월 31일’로 못 박았다. 정씨는 지난해 5월 아들을 출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산 직후부터 강도 높은 승마훈련을 하겠다고 자금 지원을 요청한 셈이다. 훈련계획서에는 5월 1일부터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조조·오전·오후 세 차례 체력훈련과 워킹머신훈련 등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만삭이었던 정씨의 출산 이후 훈련을 위한 지원을 요청한 셈”이라며 “향후 대기업들이 최씨 모녀에 대한 거액 후원을 시작한 출발점이 된다”고 말했다. 정씨는 코레스포츠 설립 이후인 지난해 8월에야 전 남편 신모씨와 함께 독일로 출국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단독] 승마협회에 “정유라 전지훈련 지원해달라”… 최순실, 獨법인 설립 4개월 前에 요청
입력 2016-12-3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