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사진) 유엔 사무총장이 칸막이 채널을 통해 국내 정치인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의 측근 인사는 29일 “반 총장이 신뢰하는 제삼자를 통한 간접접촉 방식으로 정치인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면서 “제삼자는 다른 채널이 누구와 접촉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 인사는 “반 총장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 개혁보수신당 김무성 의원과도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또 “김종인 의원과는 전직 고위 관료가, 김무성 의원과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사업가가 각각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종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반 총장을 추천했던 인연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당선 직후 김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을 잘 아는 공무원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고, 김 의원은 반 총장을 소개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반 총장과의 접촉설을 부인했다. 김종인 의원은 “일방적으로 그런 (연대)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반 총장과 대선 얘기를 해본 적 없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반 총장과 나 사이에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고 했다.
김무성 의원도 “나와 반 총장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선 사업가가 있긴 했다”면서 “하지만 제삼자를 통하면서까지 연락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민주적인 정당을 만들기 위해 새누리당을 나왔다”며 “물밑에서 반 총장과 연락해본 적 없고, 연락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접촉설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또 반 총장 측에선 귀국 이후 플랜과 관련해 ‘충청색 지우기’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충청권을 강조했다가는 지역감정에 의존하는 구시대적 정치인 이미지가 생길 수 있고, 영호남 등 다른 지역의 반발이 우려된다”면서 “충청권 인사들은 반 총장을 위해서라도 전면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색 지우기 방안은 주로 비충청 측근들을 통해 제기되고 있어 반 총장 귀국 이전부터 측근들 간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편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반 총장이 현 시점에서 자신의 독자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 선거운동을 도울 “제3당 창당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와 반 총장이 인터뷰한 시점은 지난 16일로, 새누리당 분당 전이다. 이에 따라 기사에서 언급된 ‘제3당’이 개혁보수신당인지, 중간지대의 정치인이 새로 만들 당인지는 불분명하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 분당으로 “선거운동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시인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유럽외교협회(ECFR)의 유엔 전문가 리처드 고완은 반 총장에 대해 “C급 유엔 총장으로 치부될 뻔했으나 기후변화협정 덕분에 B급 총장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윤해 권지혜 기자 justice@kmib.co.kr
반기문 '칸막이 채널' 가동... 정치인 접촉선 확대
입력 2016-12-30 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