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습기살균제 분담금 옥시에 500억 물린다

입력 2016-12-30 00:03



가습기살균제 3∼4단계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정부의 ‘특별구제계정’(피해구제기금)에 출연할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의 분담금 규모가 확정됐다. 원료물질을 판매한 SK케미칼은 250억원, 판매량이 가장 많은 옥시레킷벤키저(옥시)는 500억원 이상의 분담금이 배정될 예정이다.

피해구제기금 마련으로 그동안 정부 지원금과 기업 구상권 청구 요건에서 제외됐던 3∼4단계 피해자들이 우선 지원받게 됐다. 천식 등 기타 호흡기질환자인 3∼4단계 피해자는 전체 피해자의 58%에 달한다. 정부는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사용에 따른 급성 폐섬유화 환자(1∼2단계)만 정부 지원금 및 기업 구상권 청구 대상으로 인정했을 뿐 나머지 피해자들은 지원하지 않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제정안’(가습기특별법)을 의결했다. 환노위는 구제기금 상한액을 2000억원, 1차 기금 목표액을 1500억원으로 정했다. 이 가운데 기업 분담금으로 구성되는 기금액은 1250억원이다.

환노위는 우선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인 폴리헥사메틸린구아니딘(PHMG)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노(MIT/CMIT)를 공급한 SK케미칼에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 분담금의 25%를 책정키로 했다.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를 직접 판매하지 않았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우기로 한 것이다.

환노위는 나머지 1000억원을 옥시와 애경, 롯데마트(PB), 홈플러스(PB), GS리테일 등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에 분담시키기로 했다. 1차 기준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된 가습기살균제 총 판매량이다. 환노위는 여기에 가습기살균제에 쓰인 원료물질의 독성값과 피해 현황 등을 종합해 2.5배 가중치를 기업별로 부여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판매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옥시가 500억원 이상의 분담금을 낼 전망이다.

가습기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정부는 피해자·가족 구제위원회와 피해자지원센터를 설립하게 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무산됐다.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정부의 피해자 인정 기준 미비로 지원받지 못했던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길이 열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글=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