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 첫 주인 1월 5일 ‘국정농단 사태’ 장본인 최순실(60·구속 기소)씨의 형사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최씨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2차 공개변론이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인물은 최씨 등 모두 11명이다. 이들과 연루돼 법정에 서게 될 증인은 70명에 달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9일 오전·오후 최씨 등 국정농단 피고인 11명에 대한 공판준비절차를 연이어 열고 향후 재판 일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1월 5일 오후 2시10분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씨 등 3명의 첫 공판기일을 갖는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서증조사(문서 등 증거조사)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10일에는 차은택 송성각씨 등 5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이, 17일에는 장시호 김종 최씨 등 3명의 첫 공판기일이 열린다. 서로 공범 관계로 얽힌 피고인 11명에 대해 재판부는 주 2회 이상 재판을 열 방침이다.
증인만 70여명… 거짓말쟁이는 누구
직권남용·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조카 장시호(37·여)씨와 김종(55) 전 문체부 2차관의 첫 공판준비기일도 이날 오전 열렸다. 장씨의 변호인은 “삼성 등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을 요구한 혐의를 모두 자백한다”며 혐의를 시인했다. 다만 “(삼성이) 강요에 의해 후원금을 냈는지 의문”이라며 “특검에서 뇌물죄를 수사한다고 하니 추후 (강요 혐의에 대한) 의견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장씨와 공범 관계인 김 전 차관과 최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김 전 차관 측은 “최씨에게 영재센터를 후원해줄 곳을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독대한 지난해 7월 25일자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에는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 영재센터 지원 요청’이라는 박 대통령 지시사항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장씨의 이모인 최씨 측도 “장씨가 평소 김동성 이규혁씨 등 빙상 선수들과 친분이 있었다”며 “최씨는 장씨의 사업 취지에 공감해 김 전 차관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뿐, 특정 기업에 후원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을 통해 누구의 주장이 진실인지 판가름한다. 재판부는 장시호 김종 최순실씨 등 3명을 비롯해 빙상 선수 이규혁씨, 김 사장 등 26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씨의 2차 준비기일에서도 70명에 달하는 증인이 무더기로 신청됐다.
검찰은 일부 참고인들이 여전히 최씨의 영향력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일부 참고인들이 ‘내년 크리스마스에 최순실이 사면될까 두렵다’ ‘10년 20년 버티다 (교도소에서) 나오면 어떡하느냐’는 말을 하고 있다”며 “고영태 노승일 박헌영 등 참고인 12명을 최우선으로 증인 신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호성 “태블릿PC 검증해야”
최씨에게 공무상 비밀문서 47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비서관 측은 지난 19일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는 발언을 뒤집고 “이메일·인편(人便)을 통해 최씨에게 문건을 전달한 사실은 맞지만, 검찰이 확보한 태블릿 PC가 적법한 절차를 거쳤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 측 변호인 차기환 변호사는 “JTBC가 태블릿 PC를 적법하게 입수했는지 등은 정 전 비서관의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된다”며 “태블릿 PC에 대한 감정을 신청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줄곧 자신의 혐의를 자백했다”며 “28일 갑자기 변호인이 교체된 후 최씨 측 변호인 주장과 동일하게 태블릿 PC를 문제 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광고감독 차은택(47)씨는 포스코그룹 계열 광고업체 포레카를 강탈하려 한 혐의 등을 부인했다. 차씨는 “최씨 지시를 받고 포레카 공동인수 협상을 추진했지만 협박·강요에는 관여 안 했다”며 “최씨에게 지인의 KT 채용을 부탁한 적은 있지만 채용 과정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崔 내달 5일 첫 공판… 태블릿PC ‘증거’ 공방 예고
입력 2016-12-30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