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트럼프 ‘이스라엘 정착촌’ 정면충돌

입력 2016-12-29 18:57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령 내 정착촌 건설을 비판하고 있다. AP뉴시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령 정착촌 건설 탓에 그간 양측의 갈등을 봉합해 온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 원칙이 위기에 처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팔의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한다는 내용으로,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에서 천명된 원칙이다.

케리 장관은 28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 국가 해법은 지속가능한 평화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리의 가치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에 투표했다. 그것은 바로 두 국가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안보리는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에서 정착촌 건설을 중단할 것을 이스라엘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14표, 반대 0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의안 채택을 막을 수 있었지만 기권을 선택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자국 주재 미국대사를 불러 거세게 항의하는 등 미국을 연일 규탄하고 있다. 이번 연설은 이미 악화일로로 치달은 양국 관계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 공화당이 오랜 혈맹인 이스라엘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 지도부는 다음 주 이스라엘 정착촌 반대 결의안을 채택한 안보리를 규탄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발의한다.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트위터에 “이스라엘은 미국의 좋은 친구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끔찍한 결의안 탓이다. 1월 20일(취임식)이 다가온다”고 적었다.

이스라엘 문제는 현 대통령과 미래 대통령의 첨예한 반목으로 번졌다. 트럼프는 “선동적인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을 무시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순조롭게 정권 이양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트윗을 남겼다. 그는 이후 “(정권 이양이) 잘되고 있다”고 말을 바꿨지만 이미 터져 나온 갈등은 봉합되기 어려워 보인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