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 위원들의 성향·출신·추천기관 등을 뒷조사한 내용을 담은 내부 보고서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했다. 이 보고서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반에 대한 예상 표결 결과와 그에 따른 대응 방안까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최근 복지부 압수수색에서 ‘위원 성향 및 대응 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고서는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찬성 결정이 내려지기 전 작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 문건 작성 지시자로 지목된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에 대해 2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 출범 후 첫 구속영장 청구다.
보고서에는 9명 각 위원들의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찬반 예상 결과가 기재됐다. 이 중 찬성 예상으로 분류된 위원은 이병기 오정근 조영길 위원 3명뿐이었다. 김병덕 박창균 위원은 중도로 예상됐다. 나머지 위원 4명은 반대 또는 중도로 분류됐다. 결국 삼성물산 합병안이 전문위에 오를 경우 통과를 확신할 수 없을 것으로 복지부는 파악했다.
복지부는 각 위원들의 성향·출신·추천기관 등도 파악했다. 합병 등 사안에 있어서 ‘주주의 이익’과 ‘경영권 보장’ 중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성향을 파악한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합병 시 예상되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해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라는 이해충돌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확인하려던 의도로 읽힌다.
보고서는 전방위적으로 전문위원을 조사해 삼성물산 합병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 전 장관이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어떻게든 삼성물산 합병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배경이다. 이에 홍 본부장은 전문위를 배제한 채 사전 각본까지 짜가며(국민일보 2016년 12월 29일자 1·3면 보도)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을 의결하도록 주도했다.
정현수 황인호 나성원 기자
[단독] 국민연금 전문위원 뒷조사 보고서 확보… 특검, 文 전 장관이 작성 지시
입력 2016-12-3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