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이 29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방위상이 야스쿠니를 공식 참배한 것은 2007년 방위청이 방위성으로 승격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에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하던 우리 정부는 뒤통수를 맞았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나다 방위상은 이날 오전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그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방명록에) ‘방위대신(방위상) 이나다 도모미’라고 적었다”고 말했다. 개인이 아닌 장관 자격으로 방문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나다 방위상의 야스쿠니 참배는 지난 26∼2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진주만 방문 수행에서 돌아온 직후 이뤄졌다. 그는 ‘한국과 중국의 항의가 예상된다’는 기자 질문에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에게 감사와 경의, 추도의 뜻을 전하는 것은 어떤 나라라도 이해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나다 방위상은 취임 전에도 수차례 8월 15일(패전일)에 야스쿠니를 참배한 이력이 있는 우익 성향 인사다. 아베 총리와 코드가 맞아 ‘여자 아베’라는 별명도 있다. 다만 올 8월 15일에는 해외 일정 때문에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국방부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카하시 히데아키(高橋秀彰) 주한 일본 국방무관을 국방부 청사로, 마루야마 고헤이(丸山浩平) 주한 일본 총괄공사대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한·일 국방 당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한 지 한 달여 만에 일본 방위상이 A급 전범을 참배한 상황이다.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과 맞물려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역사인식 문제와 별도로 한·일 협력은 계속 이어간다는 대일(對日) ‘투 트랙’ 기조는 유지할 방침이다.
일본과 사이가 좋지 않은 중국의 반응은 더욱 신랄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나다 방위상이) 어제는 아베 총리와 진주만에 가 ‘화해’와 ‘관용’을 운운하더니 오늘은 2차대전 A급 전범을 봉안하고 침략 역사를 미화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면서 “이른바 진주만 ‘화해의 여행’이 한낱 풍자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성은 김미나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jse130801@kmib.co.kr
진주만 희생자 추모 다음날 일본 방위상 야스쿠니 참배… 장관자격 방문
입력 2016-12-30 0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