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원내 투톱 주승용·조배숙… 짙어진 호남색

입력 2016-12-29 18:48 수정 2016-12-29 21:27
국회에서 29일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주승용(왼쪽) 의원과 조배숙 의원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전남 4선 주승용 의원이 국민의당 차기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도 호남 출신 인사가 대표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당의 호남 색채가 짙어질 공산이 크다.

국민의당은 29일 의원총회에서 주 의원을 차기 원내대표로 뽑았다. 정책위의장에는 전북 4선 조배숙 의원이 맡게 됐다.

당 소속 의원 35명은 ‘혁신’을 키워드로 내세운 재선그룹인 안철수계 김성식 정책위의장(원내대표), 광주 출신 권은희 의원(정책위의장) 조보다 ‘경륜파’에 표를 몰아줬다. 투표에는 의원 38명 중 당원권이 정지된 3명을 제외한 35명이 참여했고, 주 의원은 18표를 먼저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

주 신임 원내대표은 경선 승리 후 기자들과 만나 “각 당 원내대표들과의 관계 등 정치적 협상력을 높이 평가해주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선 국면에 대해서는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연대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야 한다”며 “그래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중심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입장과 다소 차이가 있다.

주 원내대표는 “나머지 3당과 대화를 나눠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빨리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선 직후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잇따라 예방해 협력을 당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도의원과 군수, 여수시장을 거쳐 4선 국회의원에 오른 ‘호남 토박이’다. 그는 “당의 뿌리는 호남”이라며 “지금은 호남을 부정할 게 아니라 지지율이 떨어지는 심각한 상황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호남 색채가 강해졌다는 지적에 “김 정책위의장이 후보로 당선돼도 ‘안철수 사당화’ 문제가 제기됐을 것”이라며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 체제 출범으로 국민의당 대표직의 행방은 흐릿해졌다. 호남 색채 강화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독주 구도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호남 의원은 “박 전 원내대표가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 정책위의장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당원들이 잘 알지 못한다”며 “안철수계인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 김영환 전 사무총장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경선 결과가 안 전 대표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시각도 있다. 당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 관계자는 다만 “경쟁 구도를 만들기 위해 김 정책위의장이 짐을 짊어진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주 의원을 막았던 것은 아니다”고 했다.

글=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