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와 국제 정세 혼란으로 올 한 해 고전을 면치 못하던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시장 여건이 호전되는 데다 계약이 성사단계인 대형 공사가 적지 않아 내년 전망도 밝다는 평이다.
대림산업은 총 2조3036억원 규모의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장 개선 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했다고 29일 밝혔다. 최근 이란 경제제재 이후 글로벌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이란에서 따낸 대규모 프로젝트다.
대림산업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400여㎞ 떨어진 이스파한 지역에서 가동 중인 정유공장에 추가 설비를 짓는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대림산업이 직접 설계, 기자재 구매, 시공, 금융조달 업무를 맡았다. 본 계약은 내년 1월로 예정돼 있다. 공사 기간은 착공 후 48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수주는 대림산업이 현지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가 바탕이 됐다. 대림산업은 1962년 이란과 수교 이후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현지에서 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40여년간 이란에서 26건, 총 45억5000만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행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제재가 가해진 2010년 이후에도 한국인 직원을 철수시키지 않고 이란 지사에 남겨두기도 했다.
대림산업 이외에도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건은 산적해 있다.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이 현지 건설사와 공동 시공을 맞은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10만 가구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이 공사는 사업비만 23조원에 달한다. 내년 상반기 본계약이 예정돼 있다.
SK건설도 지난해 11월 해외에서 초대형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공사를 수주해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15일 이란 시르잔 복합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을 위해 이란 고하르 에너지와 한국서부발전 3자 간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GS건설도 최근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5억6000만 달러 규모의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를 따냈다. 현대건설도 4조원에 달하는 에콰도르 정유공장 건설 건을 내년 중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2010년 716억 달러를 정점으로 계속 줄고 있지만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해 중동 발주처의 자금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와 해외 사업이 다 무너지면 건설사는 끝이라는 위기감이 큰 상황”이라며 “내년 한 해는 건설사 간 시장 다변화와 해외 영업망 확충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대림산업, 이란 2조 공사 수주… 해외 건설 ‘단비’
입력 2016-12-29 19:36 수정 2016-12-29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