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마감한 34년 역사의 농구대잔치가 올해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다. 남자 대학팀의 참가수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여자부는 대회 사상 처음으로 열리지 않았다. 최순실·정유라 교육농단 사태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여파로 학사관리가 엄격해지면서 대학팀들의 참가 포기가 속출한 것이다. 1990년대 한국 농구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아마추어 경기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농구대잔치가 자칫 폐지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29일 대한민국농구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8일까지 열린 2016 농구대잔치를 앞두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학농구 1부리그 팀들이 줄줄이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해에는 1부리그에 속한 총 12개 대학 중 남자부 10팀이 참가했지만 올해는 5개 팀만 참가했다.
농구대잔치는 시기상 각 대학의 기말고사 기간과 맞물려 열린다. 그런데 올해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대회 진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통상 훈련·대회 참가 등으로 수업을 빠지는 선수들에게 대학이 출석을 인정해 학점을 부여했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 같은 행위는 부정청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대학들이 탄력적인 학사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통의 강호인 중앙대와 건국대, 한양대 등이 이런 이유 등으로 대회 출전을 포기했고 여자대학팀들도 마찬가지였다. 주최측에서 대회 일정 조율에 나섰지만 결국 반쪽대회에 그치고 말았다.
‘최순실·정유라 사태’도 대회 발목을 잡았다.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이후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체육특기자들의 출결, 학업 성적 등 학사관리가 강화됐다. 통상 농구대잔치에서 데뷔전을 치르곤 하는 2017학년도 입학예정 선수들이 무더기로 본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예선 경기만 뛰었다.
자연스럽게 열기도 떨어졌다. 대회 기간 동안 체육관 관중석은 텅텅 비었다. 협회측은 “열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란법, 정유라 사태 등으로 올해는 확연한 관중 감소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농구대잔치 폐지설까지 나오고 있다. 엄격한 제도 운영 속에서 아마추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학들의 참가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협회 관계자는 “대회운영에 변화를 줘 흥행시키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대회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체육특기자들에 대한 제약이 많아져 흥행면에서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A대학 농구부 관계자는 “이제 선수들이 학점을 신경 써야 하니까 제때 시험을 안볼 수 없다. 학사일정을 고려하다보면 대회 참가를 결정하는 게 쉽지만 않다”고 말했다. B대학 선수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려니 쉽지 않다. 선수 입장이나 제도의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각종 제도와 상황 변화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에 불참한 모 대학 관계자는 “성적을 중요시하는 체육계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협회가 면밀하고 신중한 대응을 못해 팀과 선수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단독] 최순실·김영란법에… 농구대잔치 ‘한파’
입력 2016-12-29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