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생을 미·중 연합군 공문서, 포로문 자료, 스틸사진 등 입증자료들과 함께 수록한 사례집이 발간됐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은 책은 몇 차례 발간된 적이 있지만 증언과 근거자료를 접목해 입체적으로 분석한 사례집이 나온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서울시는 ‘문서와 사진, 증언으로 보는 ‘위안부’ 이야기’라는 사례집을 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145쪽 분량의 이 책은 시가 지난 3월 공모를 통해 선정, 지원한 서울대 인권센터 일본군 ‘위안부’ 아카이브팀의 자료 발굴과 연구의 결과물이다.
이 책에는 김소란(가명·필리핀), 박영심(중국 난징·윈난), 문옥주(중국·미얀마) 등 10명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기존 증언집이 피해상황 설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 책에는 위안부로 끌려가기 전과 끌려간 과정, 위안부 생활, 멀고 먼 귀환의 여정, 귀환 후 숨죽여 살아온 삶 등이 문서·사진·지도 등과 함께 담겨 있다. 세상의 편견을 무릅쓰고 피해사실을 알리게 된 계기, 이후 인권운동에 참여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세상까지 위로하려 했던 이야기까지 수록돼 있다.
서울대 연구팀은 지난 7∼8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과 태국 등을 방문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다수 발굴했다. 필리핀 루손 포로수용소에서 발견된 조선인 위안부 5명에 대한 포로심문 보고서는 일본군의 기획과 관리에 의한 위안부 동원 정황을 보여준다. 쿤밍 포로심문 보고서 포로명단에는 만삭 상태로 연합군에 체포돼 사진이 찍힌 박영심 할머니의 이름이 표기돼 있다. 할머니 10명의 이동·귀환 경로가 담긴 지도도 눈길을 끈다.
연구 책임자인 이정은 서울대 인권센터 교수는 “흩어져 있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과 자료들을 모아 퍼즐을 맞춰가는 기분으로 작업했다”며 “귀환 이후의 삶까지 포함해 피해 여성들의 일생을 조명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문서·사진·증언으로 보는 ‘위안부 사례집’ 국내 첫 발간
입력 2016-12-29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