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임명 김기춘이 배후에서 지휘”

입력 2016-12-29 18:12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포스코 권오준 회장 임명 과정을 배후에서 ‘지휘’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들이 폭로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권 회장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를 연기하라”고 지시했으나, 그대로 강행됐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권 회장 선임 배후에는 최순실씨와 김 전 실장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29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포스코 정민우 전 대외협력팀장의 제보를 공개했다. 박 의원은 “녹음파일과 문자메시지도 갖고 있다”며 증거자료를 특검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국조특위는 김 전 실장의 포스코 인사 개입 의혹을 특검에 수사의뢰하기로 결정했다.

박 의원과 정 전 팀장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2013년 12월 초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다음 포스코 회장은 권오준”이라고 통보했다. 권 회장이 작성했다는 ‘포스코 내부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 영포(경북 영일·포항)라인이 득세하고 있다’는 리포트도 조 전 수석에게 전달됐다. 조 전 수석이 권 회장의 평판을 체크한 뒤 “권오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지만, 김 전 실장은 “그대로 권오준을 다음 회장으로 진행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이후 포스코 최모, 김모 사장에게 ‘청와대 개입에 대한 철저한 보안’을 주문했다. 또한 정당한 절차를 밟은 것처럼 꾸미기 위해 ‘회장 경선’을 기획했다는 게 정 전 팀장의 주장이다. 김모 사장은 포스코 CEO승계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던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을 맡고 있었다. 권 회장은 실제로 경선을 거친 뒤 2014년 1월 16일 심층면접을 본 뒤 회장으로 추대됐다. 윤석만 전 포스코 회장은 “김 전 실장이 권 회장 선임을 전적으로 실행했고, 조 전 수석과 최모 사장은 심부름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박 의원은 공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권 회장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고, 주총 연기까지 지시했으나 권 회장이 그대로 선임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 전 팀장은 “당시 박 대통령의 무시 못할 비선이 권오준을 정한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에는 비선이 누구인지 몰랐으나, 이제 보니 그 비선이 최순실임을 알겠다”고 말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권 회장의 부인이 최순실씨와 가깝다는 의혹이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됐다.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둔 권 회장은 최근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을 부인하며 연임 도전 의사를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 전 팀장의 제보는 대부분 카더라 식의 루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