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30일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참가자인 정모(45·여)씨는 대회 판소리 명창 부문 심사위원인 이모(68·여)씨 집을 찾아가 700만원을 건넸다. 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하도록 해 달라는 부탁도 함께 했다.
그러나 다음달 열린 경연에서 정씨는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정씨는 “내년을 기약하자”는 이씨의 얘기에 물러섰다가 그해 12월 서로 틀어지면서 경찰에 고소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는 무혐의 처리됐지만 녹취록이 나오면서 검찰에 의해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됐다.
올해 10월 전주지법은 이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추징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돈을 건넸던 정씨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예선 통과를 원하는 정씨로부터 돈을 받은 피고인의 행위는 대회의 순수성을 훼손한 것은 물론 예술 혼을 갈고 닦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에 드러난 국악계 심사 비리는 빙산의 일각으로 알고 있다”며 “이 일을 계기로 국악인 스스로가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두 사람은 모두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씨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이지만 형량이 확정될 경우 자격을 잃게 된다.
결국 금품이 오간 것이 확인됨에 따라 국악 등용문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의 위상은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회를 이끌고 있는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집행부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해마다 1억5000만원씩의 보조금을 주는 전북도와 전주시는 내년도 예산 지원에 조건을 내걸었다. 보존회의 이사장 등이 사퇴하고 심사위원 선정방식을 전면 개편했을 때 집행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하지만 보존회 성모 이사장은 “개인 비리였다”고 선을 그으며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악인들 사이에선 2017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974년 부활된 대회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대회 운영비 6억여원의 절반에 가까운 보조금마저 끊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최고 권위 ‘전주대사습놀이’도 금품 얼룩
입력 2016-12-29 17:44 수정 2016-12-29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