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 안정’에 방점을 찍은 내년도 통화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일단 2017년에도 경기침체 대응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과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유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 부양보다는 시장 안정 쪽에 무게를 더 실은 것이다.
대신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 등 성장세 회복을 위한 대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금리 인상이나 인하 효과가 시장에 제대로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우회적으로 시중 통화량을 늘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9일 본회의를 열고 2017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을 의결했다. 금통위는 “완화 기조를 지속하는 한편 금융 안정에 유의하여 운영한다”고 밝혔다. 2016년 운영 방향과 비교해보면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도록’이라는 전제가 빠졌다. 통화정책 완화 기조에 대한 강도가 낮아진 셈이다.
반면 금융 안정 관련 사항이 더 늘었다. 한은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시장 변동성 증대,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 안정 측면의 위험에 유의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명시했다. 이어 “자본 유출입 동향, 금융·외환시장 가격변수 움직임, 가계부채 및 기업신용 동향 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한은의 금리 조절이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금리를 건드리지 않고 시중 통화량을 늘릴 수 있는 대출 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통해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에 연 0.50∼0.75%의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한은은 “영세 자영업자, 무역금융, 기술창업, 설비투자, 지방 중소기업 등에 지원하고 있었는데 성장 잠재력 확충에 기여할 부문을 지원 대상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매달 열던 금리결정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내년부터 미 연준처럼 6∼7주 단위로 연간 8회만 개최할 예정이다. 3, 6, 9, 12월은 금리결정회의 대신 금융안정점검회의가 열리게 된다. 금리 결정 빈도가 축소되는 만큼 의결문 기술 방식 개선과 보고서 공개 범위 확대 등으로 시장과의 소통을 늘릴 방침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한은 “시장 안정에 무게… 통화완화 기조 이어갈 것”
입력 2016-12-29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