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사모it수다] “영원한 은퇴는 없다네”

입력 2016-12-30 20:32 수정 2016-12-30 20:46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 저희 부부가 사역을 잘 마치고 이 자리에 서기까지 협력해주신 사랑하는 장로님 성도 집사님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목회자로서 허물도 많고 실수도 많았습니다. 부족했던 모습이 있었다면 성도여러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이제 새로 오시는 목사님과 함께 교회를 더 아름답게 세워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예배당 곳곳에서 성도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 25일 성탄절에 정년 5년을 앞두고 조기 은퇴하는 담임목사님의 은퇴예배가 진행됐다. “젊은 지도자가 새롭게 교회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소회를 밝힌 목사님은 기도와 눈물을 바쳐 일궈온 교회를 후임 목회자에게 승계했다.

담임목사님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하던 사모님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칠 줄 몰랐다. 그동안 짊어져야 했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알 수 있었다. 30여 년의 목회사역을 마치고 은퇴하는 영광의 자리에 서 있는 사모님이 존경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저 모습이 앞으로 따라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권사님들도 꽃다발을 전달하면서 사모님과 목사님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았다. 한평생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 희생과 헌신으로 섬겼던 두 분에 대한 고마움의 눈물이었으리라.

부교역자 부부들에겐 ‘은퇴’라는 단어가 아직은 멀게만 느껴진다. 은퇴하시는 사모님도 목회 초년시절에는 시간이 더디게 느껴졌다고 했다. 사모님은 “목회 초년시절 어린 나이에 목사가 된 남편에게 성도들이 ‘어린 종’이라고 부르는 게 싫어서 나이 들어 보이게끔 꾸미고 다녔는데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제야 목회가 뭔지 알 것 같은데 은퇴라니 서운함이 크다. 지금 다시 돌아가서 목회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모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16년을 끝으로 은퇴하는 사모님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은퇴 후에 다닐 교회를 정하지 못했다”는 사연부터 “주일날 복장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돼 기쁘다”는 사연도 있다. “몸이 아픈 날에도 성도들의 눈치가 보여 나가야 했던 새벽기도도 이제는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겠다”는 글에는 많은 사모들이 공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노후를 준비할 겨를도 없이 넉넉지 못한 교회사정으로 은퇴자금도 지원받지 못해 생계가 막막하다”는 사연에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은퇴 이후에도 심각한 생활고로 고통 받는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적지 않다고 하니 후배 사모로서 죄송한 마음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은퇴하는 모습은 달라도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딤후 4:7)”라고 고백한 사도 바울처럼 한평생 주의 길을 지켜왔다는 것만으로도 존경받기에 마땅한 분들이다. 선배 사모님의 은퇴식을 보면서 사모로서 꿈꿔야 할 것이 무엇이고 또 소중하게 여겨야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고민하게 됐다.

은퇴예배가 끝난 후 목사님과 사모님은 마지막으로 교회를 떠나시기 전 후배 교역자들과 사모들을 한 명 한 명 격려하고 축복해 주셨다. 특히 사모님이 마지막으로 해주신 말씀은 마음의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박 사모, 나는 은퇴한다고 생각하지 않네. 우리에게 은퇴가 어디 있나. 하늘나라 가는 그 순간까지 우리에게 은퇴는 없다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이 코너는 사모인 박효진 온라인뉴스부 기자가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