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안일한 대책으로 경제위기 헤쳐갈 수 있겠나

입력 2016-12-29 17:36
지금 우리 경제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다. 저성장 늪에 빠져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기업과 은행들엔 감원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설상가상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제2의 외환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년은 더 암울하다. 글로벌 저성장이 지속되는 데다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수출 여건이 더 나빠질 게 분명하다. 3차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1300조원의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정부가 29일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성장률을 2.6%로 전망한 것은 이러한 대내외 악재를 반영해서다. 2015년 2.6%, 올해 2.6%에 이어 3년 연속 2%대 저성장이 굳어지는 추세다. 문제는 경제성장률이 계속 잠재성장률을 밑돈다는 점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줄어들고 미래 먹거리산업을 찾지 못해 성장잠재력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경제가 위중한데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처방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20조원의 재정을 1분기에 조기 집행하고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재정·통화정책은 한계가 있다. 내수 부진을 해결한다고 내놓은 대책들은 노후 경유차 교체 시 세제 지원이나 농수축산물 소비 촉진 방안 등이다. 이런 대책들로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출산 대책으로는 결혼하면 1인당 50만원 세금을 깎아주고 신혼부부 전세자금 우대금리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아이를 안 낳는 것은 사교육비와 주거비 등이 많이 들고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인데 근본 대책은 세우지 않고 세금 몇 푼 깎아준다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에서 벗어나려면 과감히 규제 빗장을 풀어 서비스업을 활성화하고 노동·공공부문의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정권 말인 데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 면피성 대책만 내놓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뒤집히는 상황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작금의 경제 상황은 차기 정부 경제팀에 떠넘길 정도로 한가롭지 않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내년은 대선이 치러지는 해여서 정치가 경제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400조원을 넘는 내년 예산을 한푼도 안 썼는데 정치권은 추경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돈은 공짜가 아니라 우리 자식들이 짊어져야 할 빚이다. 일부 대선 주자들이 기본소득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도 우려스럽다. 모든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려면 막대한 재원은 어디서 조달하며, 일할 동기를 떨어뜨려서 어쩌자는 건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