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신(新)산업은 정부가 내놓는 경제정책의 필수 아이템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내놓는 정책마다 발표 주체와 제목·종류만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의 3개 축 중 하나인 ‘구조개혁과 미래대비’에서도 4차 산업혁명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정부는 민·관 합동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신설하고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규제개혁, 지원강화 등을 통해 신산업 투자 촉진에 나서고 20조원에 달하는 4차 산업혁명 투·융자 프로그램도 운용키로 했다. 또 글로벌 스타벤처 100개 육성 계획도 했다. 매킨지 보고서를 인용해 2030년까지 최대 460조원의 경제적 효과 및 80만개 일자리 창출 등의 기대효과도 전했다.
하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용이다. 올 하반기만 해도 지난 7월 무역투자 활성화 대책에 5대 신산업 정책이 들어갔고, 8월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할 신성장동력 사업을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겠다며 9개 사업을 국가 전략 프로젝트 후보 사업으로 선정했다. 지난 21일 제4차 신산업 민관협의회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12대 신산업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R&D를 지원하고 창업을 위해 금융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발표한 주체는 모두 달랐다. 5대 신산업은 기획재정부,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 12대 신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놨다.
앞선 정부에서도 신산업 육성은 주요 정책 중 하나였다. 그러나 노무현정부는 산업자원부, 이명박정부는 지식경제부가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맡았다. 반면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미래 성장동력 정책 평가’ 보고서를 보면 박근혜정부는 컨트롤타워 없이 중구난방으로 운영됐다. 취임 첫해인 2013년 창조경제 실현 전략을 발표했다. 이듬해 미래부와 산업부는 각각 미래 성장동력 발굴·육성 계획과 창조경제 산업엔진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13대 미래 성장동력 분야와 산업엔진 분야도 각자 선정했다. 중복 업무를 지적하자 정부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산하 미래성장동력특별위원회로 통합, 지난해 19대 미래 성장동력 분야를 선정했다. 그러나 올 초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이 세계적 관심을 끈 뒤 또 다시 조직은 갈렸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과학기술전략회의가 만들어진 것이다. 9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도 여기에서 발표했다.
조직이 갈리면서 미래성장동력특별위원회 출범 이후 미래부에 신산업 주도권을 내줬던 산업부도 슬쩍 나섰다. 12대 신산업을 내놓으면서 “정부가 아니라 민관이 함께 연구한 것이다. 미래부는 기술 중심이라면 산업부는 산업적 접근”이라는 어설픈 해명을 앞세웠다.
컨트롤타워뿐 아니라 정책 일관성도 없다. 장기적 시각보다 이슈에 따라 움직인다. 알파고·포켓몬고 이후 가상·증강현실을 새롭게 포함시킨 게 대표적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4차 산업혁명 육성의 거점으로 활용키로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미래부는 이날 기자단과의 송년 오찬 간담회에서 창조혁신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그중에서도 올해 전국 17개 혁신센터가 3004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1057개 창업 보육기업을 육성했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세종=서윤경 기자, 심희정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新성장산업 대책 또 ‘그 나물에 그 밥’
입력 2016-12-3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