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비리 백화점으로 전락한 국악 경연대회의 금품수수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나섰다. 경연대회 참가자들은 대통령·장관 상을 받기 위해 주최 측과 심사위원들에게 거액의 ‘검은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노만석)는 심사위원을 맡은 역대 대통령상 수상자 등이 광주·전남지역 경연대회 입상을 조건으로 1000만∼1억원의 뒷돈을 챙겨온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29일 전해졌다. 검찰은 국악계 내부 인사 제보에 따라 지난 7월부터 모 국악단체 간부 등 3∼4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구체적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검 구본선 차장검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악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조사한 것은 맞다”면서 “수사 진행 상황은 자세히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정 당국과 복수의 국악 종사자에 따르면 매년 전국 각지에서 150여개의 단일·종합 국악 경연대회가 치러질 때마다 뇌물 청탁과 부정 심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경연대회는 최고 영예인 대통령상 대회만 전국에 14개, 장관상은 100여개에 이른다.
검찰은 서울 전통예술진흥회가 주최하는 경연대회와 대구 국악제전, 논산 계백장군선양회의 경연대회, 전남 신안 인동초대회, 전주 대사습놀이, 남원 춘향제, 서편제 보성 소리축제 등도 수사선상에 올려놓았다.
국악단체 간부 A씨(60)와 대회 출전자 정모(45·여)씨 등은 검찰에서 2012년부터 올해까지 개최된 국악 경연대회 10여개의 구체적 비리 사례를 진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6월 열린 남원 춘향제의 경우 7명의 심사위원 중 4명이 처음 무대에 오른 특정인에게 99점을 몰아줬다”며 “원칙대로라면 사설 두 음절을 빼먹어 무조건 탈락해야 될 출전자가 당당히 대통령상을 거머쥐어 납득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등을 토대로 국악계 원로 등 관련 인사 20여명의 현금거래 내역 등 금융계좌 추적을 벌이고 있다.
최상화 경기도립국악단장(중앙대 교수)은 “경연대회가 쓸데없이 많은 데 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감독은 부실하다”며 “입시 전형에서 경연대회 입상 성적을 인정하지 않는 대학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대 고려대 교수(전 국립창극단장)는 “과거 전주와 남원의 경연대회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 전국적으로 다를 바 없다”며 “지역별, 유파별로 안배한 심사위원 풀제를 운영해 사전 포섭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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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공희정 기자
[단독] 국악 경연대회 ‘뇌물·청탁’ 악취
입력 2016-12-29 17:37 수정 2016-12-30 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