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앞에 큰 소동이 일어난 것처럼 보인다. 붉은 옷을 입은 예수가 성전 앞에서 주먹 쥔 손을 높이 쳐들고 있다. 채찍도 보인다. 앞에 있는 사람을 내리 칠 기세다. 예수 바로 앞의 남자가 한 손을 들고 방어한다. 왼손엔 빈 새장이 들려 있다. 그 옆의 다른 남자는 놀라 두 손을 들고 있다. 예수가 성전을 정화하는 모습(막 11:15∼19)이다.
중세 미술의 거장 조토 디 본도네(1266∼1337)가 그린 벽화 중의 하나다. 이 그림을 소장한 교회의 벽면 등 38곳에는 조토가 그린 그리스도의 생애 연작이 있다. 배경은 하늘로 보이는 파랑색이다. 이전까지 성화의 배경은 주로 천상을 상징하는 황금색이었다. 사실적인 그림을 그린 조토의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불의 앞에서 분노하는 예수의 모습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냈다. 예수는 성전 안의 장사꾼을 내쫓고 환전상의 상을 엎었다. 그림 속에서도 겁에 질린 아이들이 어른의 품을 파고든다. 양과 소도 도망친다. 성경은 예수가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너희는 이곳을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고 꾸짖었다고 기록한다.
당시 유대인들은 성전에서 양 등을 희생 제물로 바치고 축일에 헌금을 냈다. 외지에 살던 유대인은 유대 화폐로 환전해 헌금을 했다. 환전상이 성전 안까지 침범했고, 성전은 더럽혀졌다.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교회가 면죄부를 팔 정도로 부패하면서 종교개혁의 불이 타올랐다. 오늘날 예수가 한국교회에 온다면 분노하실 것은 무엇인지 돌아볼 기회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크리스천 갤러리] 성전에서 환전상을 내쫓으심
입력 2016-12-30 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