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기문 대권 무임승차는 없다

입력 2016-12-29 17:36
국내에 있지도 않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정당과 정파가 그를 향해 구애의 손짓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선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도 없지만 언론은 검증을 시작했고, 미국 뉴욕에서 만났다는 이들이 전하는 반 총장 발언은 여과 없이 국내에 전파되고 있다. 그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다수의 정치인들이 보이는 행태와 반 총장 측의 ‘구상’이라고 전해지는 것들은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우선 그를 ‘보수의 구세주’로 간주하며 무조건 꽃가마를 태워주겠다고 덤비는 행태다. 박근혜 대통령의 몰락으로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 등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 사이에서 “공산당만 아니라면 반 총장을 따라갈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지지율이 높다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같이하겠다는 게 국회의원 입에서 나올 말인가 싶다.

이와 맞물려 내년 1월 중순 귀국하는 반 총장이 특정 정당이나 정파와 손을 잡지 않고 보수와 중도 지지층에서 출마 요구가 폭발하기를 기다릴 것이라는 얘기가 측근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추대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자세로 대권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초유의 농단 사건으로 인해 국정은 멈춰 섰고 국민은 큰 실의에 빠져 있다.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되겠다면 어정쩡하게 때를 기다리기보다 국가적 위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대안과 비전을 밝히는 게 맞다. 대국민 보고회가 됐든 기자회견이 됐든 귀국 즉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또 의회 경험이 전혀 없는 반 총장이 누구와 정치를 할 것인지도 공개돼야 하며, 금품수수 의혹 등에 대해서도 본인이 직접 소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