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스포츠 결산] 날개 돋친 4人, 날개 꺾인 4人

입력 2016-12-30 04:14

올 한해도 팍팍한 삶에 지친 국민들은 스포츠가 만들어 낸 스토리에 많은 공감을 보냈다. 영광의 순간 선수들이 환하게 웃을 때 국민들은 박수를 쳤고 선수들의 패배와 좌절에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기관리를 못한 스타들에게는 따끔한 질책을 아끼지 않았다. 2016년 국민에게 웃음과 아쉬움을 선사한 뜬 별, 진 별들을 꼽아봤다.

박태환 │외압·부진 딛고 화려한 재기

박태환(27)은 2014년 9월 금지약물복용 사실이 밝혀져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국제수영연맹(FINA)의 징계에서 풀려난 박태환은 지난 3월 복귀했지만 2018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을 놓고 대한체육회와 법정다툼까지 벌였다. 특히 김종 전 차관으로부터 출전하지 말라는 압박에 시달렸다. 박태환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까지 간 끝에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컨디션 난조로 전 종목에서 예선 탈락했다. 절치부심한 박태환은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와 이달 초 캐나다에서 열린 FINA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모두 7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박상영 │“할 수 있다” 기적 같은 金 일궈

남자 펜싱의 박상영(21)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헝가리의 게자 임레에게 11-14까지 몰렸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패배 위기에 몰린 그는 “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 뒤 기적 같은 대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최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월드컵 펜싱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아 세계적인 검객이 된 그는 총 2200만원의 장학금을 쾌척하기로 했다.

정조국 │벤치워머에서 득점왕 대변신

정조국(32)은 2016 시즌 광주 FC 소속으로 K리그 클래식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 베스트 11 등을 휩쓸며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FC 서울에서 벤치만 지키고 있던 정조국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광주로 이적해 31경기에서 20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정조국은 2016시즌이 끝난 뒤 여러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최근 강원 FC로 이적했다. 그는 “내년 강원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힘을 보태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박성현 │KLPGA 7승에 최다 상금까지

다른 사람과 같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의미로 ‘남달라’라는 별명을 가진 박성현(23·넵스)은 실제로 올 시즌 남다른 한 해를 보냈다. KLPGA투어 첫 대회였던 현대차 중국 오픈을 시작으로 삼천리 투게더 오픈,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등 7승을 거뒀다. 13억3309만원을 벌어들여 역대 단일 시즌 최다상금 신기록을 세우며 상금왕에 올랐다. 미국여자골프(LPGA)투어에도 뛰어들어 4대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총 7개 대회에 출전해 4차례 톱10 이상의 성적을 냈다. 박성현은 2017년 LPGA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강정호 │성폭행 논란·음주운전 자충수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데뷔 2년차를 맞아 본격적인 메이저리그 정벌에 나설 것으로 기대됐지만 사생활 논란으로 비난을 한몸에 받는 신세가 됐다. 지난 6월 강정호는 시카고 컵스와 원정경기를 마친 뒤 미국 여성에 대한 성폭행 논란에 휩싸였다. 정규시즌을 마친 뒤 귀국한 강정호는 지난 2일 국내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또 한 번 물의를 빚었다. 이 과정에서 도주 및 은폐 정황,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 경력까지 드러나면서 야구팬들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안겼다. 그라운드에서도 타율이 0.255에 그쳐 실력면에서도 발전을 가져오지 못했다.

안지만 │도박 스캔들에 사실상 은퇴 수순

강정호가 메이저리거로서 본을 보이지 못했다면 국내 프로야구계에서 가장 지탄을 받은 이는 안지만(33)이었다. 안지만은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인 37홀드를 기록하며 리그 홀드왕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불거진 해외 원정도박 스캔들의 여파가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 31경기에 등판했으나 2승 5패 5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5.79로 부진했다. 지난 14일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이 구형됐다. 법적 처벌보다 아픈 것은 야구계의 외면이다. 안지만은 삼성 라이온즈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데 이어 내년 시즌 보류선수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류현진 │부상 회복 늦어져 팀내 입지 흔들

류현진(29·LA 다저스)은 지난해 5월 왼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전념해왔다. 올 시즌 화려한 복귀를 다짐했지만 어깨 통증 재발과 사타구니 부상 등으로 출전은 계속 연기됐다. 지난 7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640일 만에 선발로 마운드를 밟았지만 4⅔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이후 9월에는 팔꿈치 괴사조직을 제거하는 관절경 수술을 받아 시즌을 마쳤다. 다저스의 미래라던 류현진에 대한 찬사는 어느덧 내년 시즌 다저스의 7선발로 평가절하되기에 이르면서 불안한 입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청용 │선발 기회 못잡아 앞길 ‘먹구름’

이청용(28·크리스탈 팰리스)은 올해도 주전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난 23일 경질된 앨런 파듀 전 감독과 불화설에 휩싸였고, 올 시즌 11경기에 출전에 그쳤다. 이중 선발 출장은 고작 4경기뿐이었다. 새 사령탑으로 샘 앨러다이스 감독이 부임했으나 이청용의 행보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지난 26일 왓퍼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령탑 데뷔전에서 이청용을 투입하지 않았다. 롱볼 위주의 축구를 선호하는 터라 패싱 게임에 능한 이청용을 중용할 지는 미지수다.

글=김태현 박구인 기자,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