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2년 만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면서 내년 통신시장 경쟁이 어느 해보다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는 SK텔레콤 신임 CEO로 선임된 박정호 사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 사장은 SK그룹 내에서 대표적인 인수·합병(M&A)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이동통신 인수, 하이닉스 인수 등 현재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성장한 M&A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최태원 회장 비서실장 출신인 박 사장은 가장 신임받는 CEO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박 사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으로도 선임됐다.
SK텔레콤은 정체된 이동통신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M&A가 절실하다. 올해 CJ헬로비전 인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M&A 전문가를 발탁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장동현 사장 시절 수립한 ‘3대 플랫폼’ 전략을 수정해 인공지능(AI), 미디어, 사물인터넷(IoT), 반도체 등 보다 폭넓은 영역의 사업과 결합하는 시도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모든 조직을 CEO 직속으로 두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빠른 속도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SK텔레콤의 실적 회복도 박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SK텔레콤은 3분기까지 지난해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점유율은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9일 “KT와 LG유플러스에 비해 마케팅 여력이 월등히 높은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점유율 확대를 시도할 경우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취임 2년차를 맞은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은 2017년에 보다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권 부회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 강화와 가계 통신비 인하를 새해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 1년간 통신 시장을 경험하면서 몸집이 큰 SK텔레콤, KT와 출혈 경쟁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다는 걸 파악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휴대전화끼리 묶어서 요금을 할인받는 ‘가족무한사랑’ 요금제 등 요금할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에서 보여줬던 ‘1등 DNA’를 본격적으로 LG유플러스에 전파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KT는 황창규 회장 연임 문제로 어수선한 새해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KT는 내년 3월 중순쯤 주주총회를 열고 새 CEO 선임을 결정한다. 주총 60일 전에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를 물색한다. 따라서 황 회장은 적어도 1월 중순까지는 연임 여부 의사를 밝혀야 한다. KT는 지난 2년간 12월에 임원 인사를 했는데 올해는 해를 넘기게 됐다.
KT가 차은택씨에게 광고 몰아주기, 지인 채용 등 의혹 탓에 황 회장의 연임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과 불안한 정국에서 황 회장 외에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통신업계 CEO들은 연초부터 해외로 나가 신성장동력 찾기에 나선다. 박 사장과 권 부회장은 나란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찾는다. 이들은 통신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살펴볼 계획이다. 황 회장은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임기 만료 전이라 연임과 상관없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내년 이동통신 시장 ‘혈전’ 예고… 3사 CEO, 공격적 경영 나설 듯
입력 2016-12-3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