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이라 믿었는데 금값 바닥 맴맴… 대체 왜?

입력 2016-12-30 00:02

금값이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높은 수익률로 각광받았지만 연말로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미국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전망에 급격한 내림세는 진정됐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7일(현지시간) 2월 금 선물 가격은 온스(oz)당 1141.00달러를 기록했다. 7∼8월까지 연초 대비 30% 이상 급등하며 1370달러를 넘었던 데 비해 15%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유가가 오르고 있는 국면에서 금값 하락은 일견 의아한 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시기에 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처럼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때 안전자산인 금은 인기가 많다. 올해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등 정치적으로 불안한 이슈가 터진 뒤 금 가격은 1300달러대까지 급등했다.

금값이 고공행진을 멈춘 가장 큰 요인은 금리 상승이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고, 때문에 금리도 급격히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처럼 이자 수익이 없는 금은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미 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는 달러화로 거래가 이뤄진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같은 물량에 더 적은 달러만 지급하면 되니 자연스레 금 가격이 떨어진다. 지난 분기 세계 금 수요 1위였던 인도에서 화폐개혁으로 지하경제 금 수요가 준 것도 금값 하락의 원인이다.

다만 시장에선 현재 금 시세를 마지노선으로 본다. 금 채광 손익분기점이 현재의 1100달러선 정도여서다. 금값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질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현지 금광이 폐쇄돼 공급이 준다. 실제로 금 가격은 지난 5년간 최저 수준이던 지난해 하반기 1050달러선을 오가다 반등했다.

저가 행렬이 이어지면서 이를 노린 매수세가 가격대를 받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근 몇 년 새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을 향한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는 중이다.

국내 투자자들로서는 금값이 바닥에 머물고 있는 만큼 추이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올해 인기를 모았던 금 상장지수펀드(ETF)나 골드뱅킹, 한국거래소 금시장 등을 활용해봄직하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9일 “최소 내년 1분기까지 지금 추세가 유지될 듯하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국제 이벤트가 생겨 일시적으로 금값이 1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게 저점일 것”이라면서 “금리 상승 국면이 멈출 때가 본격적인 매수 시기”라고 했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S니꼬동제련의 모회사 LS와 고려아연의 주가가 향후 금 가격에 따라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