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독교 문화계에서는 열악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음악, 전시, 영화가 이어졌다. 지난 15일 서울 동숭교회(서정오 목사)에서는 기독교 문화계 종사자들을 초청해 한 해 동안 각 분야에서 나타난 성과와 변화를 살피는 자리가 마련됐다. 팟캐스트 CCM공방의 진행자 주창훈 PD,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정두옥 사무국장, 필름포럼의 조현기 프로그래머가 발표자로 나섰다.
주 PD는 올해 기독교 음악계의 대표적 특징으로 예배음악의 판도 변화를 꼽았다. 그동안 국내 예배음악을 주도해온 워십팀 마커스와 어노인팅에 더해 올해는 워십팀 제이어스(J-US)가 10·20대를 중심으로 급부상했다는 것. 그는 “제이어스가 올해 발표한 ‘Love Never Fails’라는 스튜디오 앨범은 삶과 예배에 대해 진일보한 고민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찬송가 리메이크 방식의 변화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기존의 찬송가 앨범은 대개 성악가 출신의 가수들이 부른 크로스오버 형식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찬송가에 새로운 멜로디와 가사를 접목하고 있다. 홀리원의 ‘Message Hymn’이 대표적인 예다.
주 PD는 래퍼 비와이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비와이는 Mnet 힙합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5’의 우승자로 매회 믿음, 약속, 전지전능 등 기독교적 용어를 사용해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는 랩 가사를 선보였다. 욕설이나 외설적인 표현 등 자극적인 가사와 퍼포먼스로 주목받는 여러 래퍼들과는 구별됐다. 그럼에도 무대장악력이 탁월해 ‘괴물 래퍼’ ‘힙합을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독 미술인들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지난해 50주년을 맞은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는 올해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하는 등 반세기를 향한 밑그림을 그렸다. ‘주는 나의 피난처시요 땅에서 나의 분깃이라’를 주제로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정기전도 개최했다.
한국미술인선교회는 제24회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을 개최했으며, 아트미션은 서울 서초호민교회에서 ‘종교개혁과 프로테스탄트’ ‘현대미술의 새로운 비전’ ‘개혁주의 세계관과 미술’ 등을 주제로 아트포럼을 진행했다.
서울 명성교회(김삼환 목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광림교회(김정석 목사) 등 각 교회 미술인선교회들도 전시를 가졌다. 정 사무국장은 “2017년은 종교개혁50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미술계에서도 그 의미를 기념하며 전시나 포럼 등을 활발히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국내 제1세대 여류조각가로 여성미술인을 위한 문화재단인 ‘석주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운영해온 윤영자 권사가 지난 9월 92세로 별세했다. 이화여대 미술대학학장을 역임하고 국민훈장, 대한민국미술인상 등을 받은 안동숙 장로는 지난 5일 94세로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기독교영화 분야에서는 미국 영화가 강세를 보였다. CBS시네마가 수입·배급한 ‘프리덤’과 ‘레터스 투 갓’이 올 초 상영됐으며 부활절 직전에는 UPI가 배급한 ‘부활’이 20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후 ‘신을 믿습니까?’ ‘신은 죽지 않았다2’가 잇따라 개봉됐다. 고전영화인 ‘불의 전차’ ‘벤허’는 각각 지난 6월과 7월 재개봉됐으며 9월에는 리메이크 된 ‘벤허’가 개봉해 13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한국영화는 권혁만 감독의 ‘일사각오 주기철’이 1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으며 김상철 감독의 ‘제자 옥한흠2-제자도’ 역시 호평을 받았다. 김동민 이주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 ‘순종’은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사역과 인간적인 모습을 소개하며 관심을 모았다.
조 프로그래머는 “기독교 가치를 표면에 드러낸 영화의 관객층은 기독교인이거나 기독교에 우호적인 사람들로 그 수가 적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된다”면서도 “그러나 비기독교인들의 관심까지 끌지 못한다면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2016 기독 문화 결산] 예배음악 진일보… 영화도 희망
입력 2016-12-29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