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장관 집무실 압수수색을 앞두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사실을 인정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증거인멸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조 장관은 28일 문체부·교육부 현안보고를 겸해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무실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는가’라는 질의에 “제가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거의 쓸 일이 없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11월 초에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고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증거인멸용이라는 지적에는 “전임 장관의 하드는 폐기하지 말라고 지시한 뒤 (압수수색 당시) 특검에 별도로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예술정책과 담당 직원들의 하드 역시 교체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조 장관은 “하드 교체 없이 OS(운영체계)만 재설치했고, 두 사람의 하드는 특검팀에서 가져가 검증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조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날은 “본 적이 없다. (당시에는)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이어 “문체부 내에 이 일을 전체적으로 알고 있는 직원이 없어 사실 확인에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특검이 밝혀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블랙리스트 추정 문건을 공개하며 문체부 관계자들을 압박했다. 조 장관은 “저는 블랙리스트를 만들라고 지시받은 적도 없고, 지시한 적도 없고, 작성한 적도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동석한 문체부 관계자들 역시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방침이 15분 만에 바뀌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교육부가 27일 오전 10시45분 국회에 보낸 보고서에는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국·검정을 혼용하겠다’고 적혀 있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15분 뒤인 오전 11시 ‘1년 유예·2018년 국·검정 혼용’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검토 과정에서 만든 세 가지 초안 중 하나인데, 담당 직원이 실수로 국회에 잘못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국회에 낸 보고서는 당일 새벽까지 수정을 거듭한 흔적이 있다. 초안 중 하나라는 말은 변명”이라고 반박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의 핵심 인물인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이 지난 22일 국회 토론회에서 ‘역사교사들이 설렁설렁 가르친다’ ‘아이들이 (촛불집회에) 우르르 가서 막 얘기를 한다’고 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 부총리에게 박 부단장 징계를 촉구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조윤선, 문화계 블랙리스트 증거인멸 의혹… 특검 수색 전 ‘집무실 컴퓨터 하드 교체’ 인정
입력 2016-12-29 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