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허창수(사진) 회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승철 상근부회장도 동반 퇴진한다. LG그룹의 전경련 탈퇴에 이어 회장과 상근부회장이 물러날 뜻을 밝힘에 따라 전경련 해체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허 회장은 이날 회원사에 보낸 편지에서 “정기총회까지 전경련 개선방안 마련에 힘을 보태고 회장직을 물러나겠다”면서 “전경련을 이끌어주실 새로운 회장님을 모시겠다”고 밝혔다. 전경련 정기총회는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다. 2011년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한 허 회장은 6년 만에 회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전경련은 허 회장과 함께 이 부회장도 동반 사퇴한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전경련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허 회장이 새 회장을 찾겠다고 밝혔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삼성 SK LG 등 전경련 회장단 주요 기업이 이미 탈퇴 의사를 밝혔고, 다른 기업들의 탈퇴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초대회장을 지낸 전경련은 현대 대우 SK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이 회장을 맡으며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주요 그룹이 회장직을 고사하면서 과거와 같은 위상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GS그룹은 재계 순위 7위이고, 허 회장 전임이었던 조석래 회장의 효성은 재계 30위권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경유착의 중심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전경련을 맡겠다고 나설 인물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회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계 전체가 납득할 만한 회장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후임자를 찾지 못할 경우 전경련은 사실상 와해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부터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맡은 이 부회장은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 부회장은 1990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전경련에 합류한 뒤 전경련에서 성장했다. 내부 인사가 상근부회장까지 승진한 것은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시절 조규하 부회장 이후 20년 만이었다.
이 부회장은 대기업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으나 올해 4월 어버이연합 지원 문제에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비판의 중심에 섰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허창수 전경련 회장 사의… “국민 기대 못미쳐” 고개 숙여
입력 2016-12-28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