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세상 꿈꾸는 ‘벌거벗은 나무’… 임종수 큰나무교회 원로목사 초대전

입력 2016-12-29 21:04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4)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 등촌로 좋은샘교회에서 열린 임종수(75·사진) 큰나무교회 원로목사의 초대전 ‘나무와 숲 그리고 삶’을 본 뒤 떠오른 성경구절이다. 31일까지 열리는 전시회는 임 목사가 40년 가까이 사역을 하면서 틈틈이 작업해온 작품들을 처음 선보인 자리다. 따뜻한 느낌이 있는 26개 작품 안에는 임 목사의 목회 여정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시회에선 임 목사가 작업한 책표지, 캘린더에 실린 그림, 회화로 표현한 작품 등을 볼 수 있다.

1970년대 미술잡지 ‘월간 전시계’의 편집을 담당하며 미술에 심취한 임 목사는 생활 속의 예술을 추구했다. 그가 만든 책표지가 100권이 넘고 회화적인 캘린더 작업도 수차례 진행했다. 한국교회건축문화연구회, 문화선교회 청현재이캘리그라피 등에서 활동하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런 그의 경력을 잘 알고 있는 유경선 좋은샘교회 목사는 몇 년 전부터 운영해온 교회 갤러리에서 임 목사가 평생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이길 제안했다.

임 목사가 올해 작업한 작품들에는 유독 나목들이 많았다. 이파리 하나 없는 앙상한 나목이지만 차가운 느낌이 아니었다. ‘희망’이라는 작품에는 검은색 나목 주변에 무지개와 해, 파랑색 나비가 있다. 작품 ‘평안’에는 하얀색 나목이 추운 겨울눈을 맞고 있는 듯하지만 눈송이가 하나하나 꽃잎으로 변해 따스한 봄이 올 것을 이야기한다. ‘최선의 경주’에서는 파란 나목들 사이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팔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뛰어가는 사람은 마치 주님을 바라보고 열심히 달려온 임 목사 자신인 듯했다.

“나목은 목회의 현장에서 은퇴한 제 자신을 상징합니다. 이파리 하나 없이 벌거벗었지만 진솔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서있는 나목. 그것은 동시에 봄을 기다리는 상징이기도 합니다.작품 하나하나에 제가 퐁당 빠지는 것 같았어요. 그림에 나를 쏟아 부으면서 내 삶의 고백이구나 싶었죠.”

임 목사는 1973년 큰나무교회의 전신인 어린이교회를 개척해 2011년 은퇴했다. 그는 “은퇴 후 성경을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성경을 보는 시각이 이전보다 더 여유로워졌다”며 “그림이 있는 묵상집을 만들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글=김아영 기자,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