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헌 설문] “제왕적 대통령제, 어떤 식으로든 손봐야” 55%

입력 2016-12-29 04:51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개헌에 따른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 ‘대통령 권력 분산’이 핵심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한 의원 39명 중 12명, 결정 유보 의원 35명 중 5명은 대통령 권력 분산을 개헌 전제로 내걸었다. 이들과 의원내각제·이원집정부제 선호 의원 42명을 합하면 59명(54.6%)으로 어떤 식으로든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차지했다.

국민일보가 28일 민주당 의원 108명(13명은 응답 거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의원은 정확히 3분의 1이었다. 당 소속 대선 주자가 많은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대선주자 측 인사가 포함된 범(汎)주류는 82표 중 34표(복수응답·41.5%)를 4년 중임제에 몰아줬다.

반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측과 비문(비문재인) 진영 등 비주류는 35표 중 5표(14.3%)만 이를 선택했다. 의원내각제가 13표(37.1%)로 가장 많았고, 결정 유보 10표(28.6%), 이원집정부제 7표(20.0%) 순이었다.

4년 중임제를 선호한 의원 중 12명은 대통령 권력 분산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권력 분산 방안으로는 대통령 인사·감사권의 의회 이양,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면권 철폐 등 삼권 분립 강화, 대통령 재신임제도 도입, 의회의 행정부 견제 강화 등을 제안했다.

한 재선 의원은 “현재는 대통령 권한이 너무 강해서 법을 지키지 않더라도 견제할 수가 없다”면서 “4년 중임제를 하되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의회에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4년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를 복수로 제안한 한 중진 의원은 “‘분권형’이라는 큰 방향 아래 구체적 형태는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에선 대통령제 아래서 권력을 분산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대통령제에서 권력 분산을 하려면 대통령이 사법·입법부 인사 권한을 포기하고 입법부와 행정부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처럼 국정을 총리(국무총리)가 담당하고 대통령은 외교·국방을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사실상 변형된 의원내각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비주류 의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대통령 권한 분산을 요구했다. 한 재선 의원은 “지금 대통령은 선출직 왕정에 가깝다”며 “국민에게 내각제가 좋은지, 대통령제가 좋은지 물어볼 게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대통령 권력을 더 축소하는 데 동의하는지를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동의를 바탕으로 논의를 시작하면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도입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국정 중심이 대통령이냐 의회냐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 만큼 결정 유보 의원 35명(29.9%)이 당내 개헌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중엔 “개헌보다는 개혁이 우선” “대표성 갖는 대통령은 존재해야 한다” 등 대통령제 옹호 의견도 있지만 “총리 권한 강화”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등 권력 분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의원 상당수가 개헌 논의 과정에서 권력 분산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내년 6월 이전 조기 대선이 이뤄지면 물리적으로 대선 전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다만 “곧 국회 개헌특위가 가동되고 개헌 지지 의원도 210명이 넘는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개헌특위는 굴러가고 결국 20대 국회에서 개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강준구 백상진 고승혁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