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건설현장 ‘원·하도급 컨소시엄 시공’ 의무화”

입력 2016-12-29 00:02

100억원짜리 공사를 발주하면 원도급 업체가 평균 79억원에 공사를 따낸 후 하도급 업체에게 65억원(법적 최소 하도급율 82%)에 공사를 떠맡긴다. 재하도급에 재재하도급으로 내려가면 실제 공사비는 50억원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이로 인해 부실공사가 발생하고 현장 근로자는 적정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다.

서울시가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불공정 하도급’ 관행 수술에 나선다.

앞으로 시에서 발주하는 공사는 실제 공사를 담당하는 원도급과 하도급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원도급이 공사를 따낸 후 하도급에 재하도급을 거듭해온 관행이 부실시공과 안전사고, 저임금 등의 원인이라고 판단, 실제 공사를 하는 업체와 직접 계약을 하고 그 업체가 직접 시공하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하도급 불공정, 근로자 불안, 부실공사 추방을 골자로 한 ‘건설업 혁신 3불(不) 대책’을 발표했다.

시는 하도급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추정가액 2억∼100억원 건설공사는 모두 원·하도급 구분없이 실제 공사를 하는 업체들과 계약을 맺는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로 발주 방식을 변경한다. 한 해 수천억원 규모로 발주되는 서울시 공사를 따내려면 공사 참여업체 전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응해야 한다. 시는 100억원이 넘는 공사에도 이 제도가 적용되도록 정부에 현행 제도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또 원도급 업체에 직접시공 의무를 부과하는 ‘직접시공제’를 강화해 직접시공 비율을 내년 30%로 올리고 2019년 100%까지 확대한다. 기술이나 시공 능력이 없는 부실업체가 계약만 따낸 뒤 시공은 모두 하도급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퇴출시키기 위한 조치다.

시는 건설 품질을 높이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건설근로자의 생계 안정도 중요하다고 보고 시 발주 공사 참여시 건설근로자에게 시중노임단가 이상을 지급할 것을 의무화해 내년 7월부터 전면 시행한다. 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발주한 공사장에 근무하는 6316명에 대한 임금지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17%가 시중노임단가 미만을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또 안전모 착용, 낙하물 방지망 설치 등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아 안전사고를 낸 하도급 업체에 대해서는 5년간 서울시 공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제한할 방침이다.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계약 당사자인 원도급 업체에만 책임을 물었으나 실제 공사를 맡은 하도급 업체의 안전사고 방지 노력이 절실하다고 보고 제재 근거조항을 마련했다.

글=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