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리바이벌] ‘호러 거장’이 그려낸 초자연적 공포

입력 2016-12-29 17:26 수정 2016-12-29 17:34
‘호러의 거장’으로 불리는 미국 작가 스티븐 킹(69·사진)의 2014년 작 ‘리바이벌’(황금가지)이 번역돼 나왔다. 종교를 소재로 한 스릴러다. 책은 기타리스트가 된 소년과 신을 등진 목사의 평생에 걸친 인연과 거기에서 비롯된 초자연적인 공포를 다룬다.

작가는 주인공 화자의 입을 빌어 첫 장부터 끔찍한 사건이 벌어질 것을 예고한다. 그러나 공포를 만나기까지의 1960년대 미국 중산층 가정의 이야기는 너무나 따뜻하다. 행복한 중산층 가정의 일상이 손에 만질 듯 펼쳐져 어디서부터 으스스한 이야기가 시작될까 기다리는 게 책을 읽는 묘미다. 적당히 매복시킨 복선과 독자의 긴장감을 쥐락펴락하는 재주, 과거와 현재를 무시로 넘나드는 스토리의 구조 등이 스티븐 킹 표 호러의 진가를 보여준다.

이야기는 노년에 접어든 주인공 제이미 모턴이 자신의 인생을 뒤흔든 찰스 제이컵스와의 만남을 회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1962년 메인 주의 할로, 6세 소년 제이미 앞에 새로 부임한 목사 제이컵스가 나타난다. 제이컵스는 특히 전기에 관심이 많아 자신이 발명한 장치로 사고로 목소리를 잠시 잃은 제이미의 형을 치유하는 기적을 일으키는 등 마을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아내와 어린 아들을 너무나 끔찍한 사고로 잃은 뒤 신앙심을 잃게 된 제이컵스는 신을 모독을 하는 설교를 한 후 쫓겨난다.

“천국보다 디즈니랜드를 훨씬 가고 싶어 했던 아이의 처참한 잔해를 보며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종교는 보험사기극과 같다는….”

세월이 흐른 후, 기타를 접한 제이미는 록의 세계에 빠져 기타리스트가 된다. 마약에 빠져 밴드 동료에게 버림 받고 바닥을 치던 30대 중반에 다시 ‘번개 사진사’로 탈바꿈한 제이컵스와 재회한다. 제이컵스는 사이비 부흥사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전기 치유의 기적을 일으키지만 그 이면에는 끔찍한 현실이 숨어 있는데….

제이컵스와 제이미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아 가는 과정에서 다음에는 어떤 반전의 스토리가 대기하고 있을까 기다리게 된다. 소설 전반부, 제이미 가족과 제이컵스 목사 가족 사이의 따뜻한 이야기가 있기에 후반부의 공포가 배가 되는 느낌이다. 이야기의 힘이 대단하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그동안 영화로 많이 제작됐다. ‘리바이벌’도 ‘안녕, 헤이즐’의 조시 분 감독이 영화화를 준비 중이며, 제이컵스 목사 역으로 새뮤얼 잭슨이 물망에 올라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