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디아스포라 이즈is] 유대인부터 난민·이민자까지… 강제 이주의 역사

입력 2016-12-29 17:26

디아스포라(diaspora)는 학술 언론 정치는 물론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다. 흔히 ‘이주’와 ‘이산’으로 해석되는 이 용어의 유래와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펴낸 ‘A Very Short Introduction(매우 짧은 소개)’ 시리즈인 이 책은 길지 않지만 디아스포라에 대한 충실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저자 케빈 케니는 미국 보스턴 칼리지의 역사학과 교수다.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디아스포라는 파괴되어 흩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유대인의 역사는 디아스포라의 전형을 보여준다. 바빌론 유수, 애굽 탈출 등 초기 유대 역사는 이주·추방·망향으로 점철돼 있다. 게다가 서기 70년 로마가 예루살렘을 정복한 후 유대인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까지 독립국가를 이루지 못한 채 세계 각국에 터전을 잡고 살았다.

20세기 들어 디아스포라의 의미는 아르메니아인이나 아프리카인들이 겪은 강제이주 등으로 확장됐다. 유라시아 대륙의 교차로에 자리 잡은 아르메니아는 늘 주변 강대국들의 침략을 받고 점령당했다. 이 때문에 수백 년에 한 번씩 대규모 이주와 추방이 발생했다. 대서양에 면한 아프리카에서는 16∼19세기 어림잡아 1100만명이 노예로 아메리카 대륙에 끌려갔다.

세계사에서 적지 않은 사례들이 디아스포라에 포함됐는데, 자신의 이주가 선택이 아닌 강요였다는 이주민의 의식이 중요한 기준이 됐다. 차별을 경험한 이들은 고국과 강력한 연대의식을 지녔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고국으로의 귀환을 꿈꿨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디아스포라는 이민자 난민 이주노동자 망명자 등 모든 종류의 이주를 가리키는 말로 폭넓게 받아들여졌다. 이전까지 민족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디아스포라가 세계화 시대와 맞물려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주를 설명하는 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교통과 인터넷의 발달로 자발적·비자발적 디아스포라들이 각국을 옮겨 다니는 상황은 이중국적 등 다양한 시민권 제도를 포함해 국가주권까지 새롭게 규정하도록 바꾸고 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