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근 “내년엔 더 자랄게요”… 꽃미소 휘날리며 [인터뷰]

입력 2016-12-30 00:00
상업영화 데뷔작 ‘여교사’ 개봉을 앞둔 이원근. 그는 “떨리고 기대되는 한편 두렵기도 하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필라멘트픽쳐스 제공
‘수줍음 많은 소년 같겠거니’ 했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저는 인터뷰 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원래 수다가 많아서(웃음).” 신인답지 않은 넉살에 덩달아 미소가 번졌다. 무한한 반전을 품고 있을 것 같은, 배우 이원근(25)을 최근 서울 종로구의 카페에서 만났다.

“바쁜 만큼 감사한 한 해였어요. 그 감사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길이 없네요. 내년에도 이랬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보다는, 배우로서 좀 더 성장하는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2년 MBC ‘해를 품은 달’로 연기를 시작한 이원근은 데뷔 이래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전도연의 브라운관 복귀작 tvN ‘굿 와이프’에서 눈도장을 찍은 데 이어 김기덕 감독 신작 ‘그물’로 스크린 신고식까지 치렀다.

내년 1월 4일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가 개봉되고 나면 더 많은 이들이 그에게 주목할 것이다. 남자판 ‘은교’라 불리는 이 작품은 여교사와 고등학생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뤘다.

이원근은 극 중 두 여교사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무용 특기생 재하를 연기했다. 온몸에서 싱그러움을 뿜어내는 그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에게 느끼는 질투와 열등감을 폭발시키는 매개가 된다.

재하에게는 미스터리한 면모도 있다. 눈을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감독이 그리고자 했던 인물 그대로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 끝에 만들어낸 결과였다.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만 10여분간 혼자 줄줄 읊을 정도로 이원근은 재하에 흠뻑 빠져있었다.

“저는 매 작품마다 대본 전체를 싹 다 외워요. 안 그러면 불안하거든요. 40∼50번 정도 읽으면 외워지더라고요. 이건 저와의 약속이에요. 저는 저에 대한 욕심이 있고, 아직 배울 게 많고, 재능을 키워나가야 할 의무도 있으니까요. 노력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잖아요.”

스무 살 때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이원근은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중이다. “아직 큰 보람 같은 건 없어요.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냥 부족한 걸 조금씩 채워나가는 게 행복해요.”

잘나가는 또래 배우를 보면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원근은 “최대한 그런 생각에 빠지지 않으려 한다. 열등감에 갇히면 그 안에서 허우적대기 바쁘잖나. 나라는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여교사’ 이후 차기작은 이미 줄줄이 예정돼있다. ‘그대 이름은 장미’ ‘환절기’ ‘괴물들’ 등 영화 세 편을 차례로 선보인다. “올해처럼 감사할 줄 아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생긋 웃는 그의 초롱초롱하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