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올해 가장 큰 좌절·분노 안겨

입력 2016-12-28 18:19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올 한 해 국민의 정신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전문가들이 꼽았다. 사건과 관계된 인물들의 거짓말이 사회신뢰를 깨뜨리고 국민에게 좌절감과 분노를 안겼다는 분석이다.

삼성의료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는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회학자, 심리전문가 등 10여명의 자문을 토대로 ‘2016 대한민국 사회정신건강 10대 뉴스’를 선정해 28일 공개했다. 1위는 국정농단 사태였다. 홍진표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은 “역사적으로 우리 국민은 마음속 깊이 정치 지도자, 특히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면서 “이런 믿음이 깨지는 인지 부조화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경주 지진 후 일상화된 ‘지진 공포증’,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전환과 사회적 논의를 촉발한 ‘강남역 살인사건’, 부모에 의한 잇단 아동학대 사건 등도 정신적 파문이 컸던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인공지능, 알파고 쇼크’ ‘복면가왕의 인기’ ‘혼밥·혼술하는 청년들’ ‘노인 정신건강과 운전’ ‘공황장애·우울증 앓는 연예인들’ ‘트럼프 당선’ 등도 사회심리 및 정신학적 분석이 필요한 현상으로 꼽혔다.

김석주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거짓말은 우리 몸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과학기술로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거짓말은 타인을 향한 의심을 키워 사회신뢰를 무너뜨리고 상처를 남긴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회는 불가능할지 몰라도, 사회의 기본적인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으려는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내 거짓말로 인해 다른 사람이 받을 고통을 떠올리고 함께 아파할 수 있는, 다른 사람에게 공감할 줄 아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 소장은 “촛불 집회처럼 주위 사람들과 사회의 중요한 가치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불안과 좌절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된다”고 권고했다. 국정 지도자들의 거짓말에는 촛불집회가 치료제인 셈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