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을 압수수색하며 ‘비선진료’ 수사에 시동을 걸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비선진료 의혹이 제기된 만큼 박근혜 대통령 ‘7시간의 행적’에 대한 수사도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은 임명 당시 국민일보와 만나 “국민적 의혹을 풀어주는 것이 특검의 의무”라며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은 27일 김 원장 사무실과 자택을 비롯해 ‘의료농단’ 의혹 관련 병의원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김 원장은 청와대에 등록된 대통령 자문의가 아니면서 비선으로 박 대통령을 진료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원장 병원의 단골손님 최순실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청와대를 드나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원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여러 차례 청와대에 들어가 박 대통령을 시술한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특검이 주목하는 부분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김 원장의 청와대 출입 여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오후 5시15분 사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김 원장으로부터 피부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박 대통령의 얼굴 일부에 피부미용 시술자국으로 보이는 멍 자국이 근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청문회에서 “참사 당일 장모를 시술한 뒤 친구들과 골프를 쳤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모 의료차트에 있는 김 원장 사인의 필체가 평소 사인과 다르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앞서 “골프만 쳤다”고 주장했다가 당일 병원 내에서 김 원장만 처방할 수 있는 프로포폴 처방전이 발견되자 오전에 장모를 시술한 뒤 골프장에 갔다고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었다.
특검은 필적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또 7시간 행적을 풀 핵심인물로 꼽히는 전 청와대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를 출국금지하고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조 대위는 언론 인터뷰에서는 참사 당일 대통령 진료를 전담하는 의무동에 있다고 말했다가 청문회에서 직원을 진료하는 의무실에 있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특검은 김 원장 압수수색영장에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의료목적 외 용도로 프로포폴을 맞아왔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은 김 원장이 정부로부터 각종 특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확인할 계획이다. 김 원장의 부인이 운영하는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은 박 대통령 주치의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을 통해 서울대병원에 봉합사(수술용 실)를 납품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날 서 병원장의 집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또 김 원장이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존제이콥스’의 면세점 입점과 지난해 4월부터 수차례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했다는 특혜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특검은 또 다른 비선진료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의 자택과 김 전 원장이 근무했던 차움의원도 압수수색했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특검, 세월호 7시간 겨냥 ‘비선진료’부터 캔다
입력 2016-12-29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