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세월호 7시간 겨냥 ‘비선진료’부터 캔다

입력 2016-12-29 00:02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재 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김영재 의원’ 아래층에 있는 아내의 회사 와이제이콥스메디칼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영재 의원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뉴시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을 압수수색하며 ‘비선진료’ 수사에 시동을 걸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비선진료 의혹이 제기된 만큼 박근혜 대통령 ‘7시간의 행적’에 대한 수사도 본격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 특검은 임명 당시 국민일보와 만나 “국민적 의혹을 풀어주는 것이 특검의 의무”라며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은 27일 김 원장 사무실과 자택을 비롯해 ‘의료농단’ 의혹 관련 병의원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김 원장은 청와대에 등록된 대통령 자문의가 아니면서 비선으로 박 대통령을 진료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원장 병원의 단골손님 최순실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청와대를 드나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원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여러 차례 청와대에 들어가 박 대통령을 시술한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특검이 주목하는 부분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김 원장의 청와대 출입 여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오후 5시15분 사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김 원장으로부터 피부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박 대통령의 얼굴 일부에 피부미용 시술자국으로 보이는 멍 자국이 근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청문회에서 “참사 당일 장모를 시술한 뒤 친구들과 골프를 쳤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모 의료차트에 있는 김 원장 사인의 필체가 평소 사인과 다르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앞서 “골프만 쳤다”고 주장했다가 당일 병원 내에서 김 원장만 처방할 수 있는 프로포폴 처방전이 발견되자 오전에 장모를 시술한 뒤 골프장에 갔다고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었다.

특검은 필적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또 7시간 행적을 풀 핵심인물로 꼽히는 전 청와대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를 출국금지하고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조 대위는 언론 인터뷰에서는 참사 당일 대통령 진료를 전담하는 의무동에 있다고 말했다가 청문회에서 직원을 진료하는 의무실에 있었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특검은 김 원장 압수수색영장에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의료목적 외 용도로 프로포폴을 맞아왔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은 김 원장이 정부로부터 각종 특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확인할 계획이다. 김 원장의 부인이 운영하는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은 박 대통령 주치의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을 통해 서울대병원에 봉합사(수술용 실)를 납품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날 서 병원장의 집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또 김 원장이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존제이콥스’의 면세점 입점과 지난해 4월부터 수차례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했다는 특혜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특검은 또 다른 비선진료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의 자택과 김 전 원장이 근무했던 차움의원도 압수수색했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