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사상 첫 ‘단일’ 연합기구… 장로교·감리교·성결교·순복음·침례교 + 진보·보수 손잡아

입력 2016-12-28 21:09
한국교회 7대 교단장들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모임을 갖고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라는 단일 연합기구를 결성하기로 전격 결의했다. 왼쪽부터 유관재(기침) 김선규(예장합동) 이종승(예장대신) 총회장, 전명구 기감 감독회장, 이성희(예장통합) 이영훈(기하성 여의도순복음) 여성삼(기성) 총회장.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7대 교단장이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라는 단일 연합기구를 결성키로 한 것은 교회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교총의 출범은 개신교가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국내 1대 종교가 된 것에 버금가는 희소식이다.

장·감·성·순·침 131년 만에 하나 되다

한국교회사에서 장·감·성·순·침(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침례교)이 단일 연합체를 구성한 역사는 없다. 장로교와 감리교를 중심으로 한국복음주의선교회연합공의회(1905년)와 조선예수교장감연합협의회(1918년)를 결성한 적은 있지만 성결교가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는 순복음, 침례교가 한반도에 뿌리내리기도 전이었다. 1943년 일제에 의해 ‘일본기독교조선교단’이 만들어졌지만 강제적이었고 성결교와 침례교는 강제 해체 당한 상황이었다.

이후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가 한국기독교연합회(1946년)로 뭉쳤지만 순복음과 침례교가 참여하지 않았고 이마저도 50년대 말에 갈라진다. YMCA전국연합회 결성이나 부활절연합예배, 민족복음화성회, 한국기독교100주년선교대회 때 하나 된 적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단발적인 것이었다. 이들 교단은 신학적 정체성에 따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각자의 길을 갔다.

이은선 안양대(교회사) 교수는 “장·감·성·순·침이 하나 되는 것은 기독교인의 염원 중 염원”이라며 “한국교회사에서 한 번도 없던 일이 이뤄진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진보·보수 낡은 패러다임 허물다

한교총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한기총 한교연 NCCK의 주축을 이루는 핵심교단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교회에 견고하게 구축된 진보와 보수의 낡은 패러다임이 허물어지고 교회의 일치와 연합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 한교총은 일단 한기총과 한교연의 법인을 유지하되 한기총에는 교단을, 한교연에는 단체가 가입하는 쪽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런 구도에서 한교총의 성패는 1차적으로 한국교회 연합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혀온 한교연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데 달려있다. 연합 반대의 최선봉에는 김요셉 한영훈 박위근 전 대표회장이 있다.

2차적으론 예수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이동석 목사)와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권오륜 목사), 대한성공회(김근상 주교), 한국구세군(사령관 김필수) 등의 동참여부가 중요하다.

이동석 예성 총회장은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친목단체 성격인 교단장회의가 제3의 단체를 결성하는 것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권오륜 기장 총회장은 “원래 한 식구였던 한기총과 한교연의 관계가 정리된다면 이후에 한국교회 교단 전체가 연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장통합·기감이 리더십 발휘할 때

한교총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이성희 예장통합 총회장과 전명구 기감 감독회장이 연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한교총의 존재 이유, 즉 ‘콘텐츠’ 제시도 필수다. 교계 한 인사는 “결국 한교총의 성패는 이 총회장과 전 감독회장에게 달려있다”면서 “특히 한교연과 예성, 기장을 설득하는 데는 이 총회장의 역할이 크다. 한국교회의 연합·일치를 위해 평생 헌신했던 부친 이상근 목사처럼 이 총회장도 힘써 달라”고 부탁했다.

이은선 교수는 “한국교회는 역사교과서의 기독교 왜곡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정부를 상대할 변변한 조직조차 없는 상태”라며 “제발 기득권을 내려놓고 알찬 신학 콘텐츠와 섬김의 자세로 하나가 되자”고 강조했다.

이상규 고신대(교회사) 교수도 “교파와 신학이 다르더라도 한교총은 한국교회가 직면한 공동 과제에 대처하고 교단과 교회를 섬기는 기구가 돼야 한다. 그래야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