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9시25분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비행기가 대기하는 장소)에 갈색 털의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한국과 태국을 오가며 통역 일을 하는 태국인 묵다 웡존씨의 애완견 ‘라이언’이었다. 경기도 화성 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태국어 통역 담당으로 근무하는 묵다씨는 라이언 외에도 두 마리의 애완견을 데리고 태국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탑승객과 달리 애완견은 ‘애완견 케이지’에 넣어 항공기 수화물로 운송된다. 그러나 지상 조업사의 실수로 잠금장치가 제대로 닫히지 않아 강아지가 탈출한 것이다. 10∼15분가량 계류장을 뛰어다니던 라이언을 발견한 공항 측은 항공기 이착륙에 차질이 우려돼 야생조수관리팀을 투입해 사살했다.
공항에서 동물이 활주로 인근을 활보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공사 측은 ‘이동지역안전지침’에 따라 대처하게 된다. 동물을 운송 중이거나 보관하던 과정에 탈출이 이뤄지면 지상 조업사는 즉시 공항 운영자에게 통보하고, 공항 운영자가 동물을 포획하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규정에 따라 공항 운영자는 동물을 가능한 한 생포해야 하지만 항공기 이착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을 경우 즉시 포획할 수 있다. 생포부터 사살까지 모든 의미를 함축하는 ‘포획’이라는 조항을 따랐기 때문에 인천공항은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마취총을 썼어야 한다는 지적에 “사건이 야간에 발생해 생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애완견 사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라이언의 시신은 종이상자 속에 비닐봉지로 싸여 묵다씨에게 돌아왔다. 태국에 도착한 묵다씨는 자신의 SNS에 공항과 항공사 측의 미숙한 대응으로 애완견을 잃었다는 글을 올렸다. 공항 측이 과잉대응을 했고, 타이항공 측이 보상으로 겨우 1만 바트(약 30만원)가량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는 내용이다.
이 소식은 다수의 현지 매체에 보도되며 혐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인천공항 측은 “애완견에 대한 보상은 항공사와 지상 조업사가 해줘야 한다”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비즈카페] 인천공항 애완견 사살 놓고 떠들썩
입력 2016-12-29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