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국내외 스포츠계에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환희가 가득 찬 순간도 많았지만 올해는 유독 어둡고 쓸쓸한 일들이 많았다. 이에 올해 스포츠계 주요 사건들을 두 차례에 걸쳐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선 올해 국내외 스포츠 화젯거리를 숫자로 살펴본다.
2 김종 前 문체부 2차관 협박·특혜 일파만파
올 겨울 스포츠계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한파가 몰아쳤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최씨를 등에 업고 체육계 대통령으로 군림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인사 및 정책에 부당하게 개입했고, 최씨 조카 장시호씨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편의를 제공했다. 김 전 차관은 특히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 포기를 종용하며 협박과 회유까지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그는 현재 영어의 몸이 됐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는 특혜를 통해 승마선수로 활동하며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져 국민의 공분을 샀다.
4 한국 4연속 올림픽 '톱10' 양궁선 4개 전 종목 석권
국민들은 지독한 폭염이 이어졌던 8월, 지구 반대편에서 열린 리우올림픽에 열광했다. 남미 대륙에서 사상 최초로 열린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9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208개국 중 8위에 올랐다. 2004 아테네올림픽부터 4회 연속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리우올림픽 선전에는 양궁이 앞장섰다. 한국 양궁은 남녀 단체전과 개인전에 달려 있는 금메달 4개를 모두 쓸어담는 기염을 토했다. 여자 대표팀은 올림픽 단체전 8연패 위업까지 이뤘다. 한국 골프도 세계 정상에 우뚝섰다. 박인비는 116년만에 부활한 여자 골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인비는 왼쪽 손가락 부상으로 대회 출전조차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리우올림픽 금메달로 골든 그랜드슬램 위업을 달성했다.
7 유명 스타들 잇단 타계… 브라질 축구팀 추락 사고도
왕년의 스타선수들이 유명을 달리했고 브라질 프로축구팀 전세기 추락이라는 아픔도 깊은 한해였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나이와 사망자 숫자에 7이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다. 20세기 최고의 복서로 평가받은 미국의 무하마드 알리는 74세의 나이로 지난 6월에 세상을 떠났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그의 가장 유명한 명언이다. 지난 9월에는 골프의 ‘전설’ 아널드 파머가 87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11월에는 브라질 1부리그 샤페코엔시 축구 팀 선수들이 코파 수다메리카나 결승 1차전을 치르기 위해 이동하던 중 전세기가 추락해 무려 71명이 사망했다.
10 안방서 홍역 치른 전북, 10년 만에 亞 챔프 등극
전북 현대가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우뚝섰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알 아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황사머니와 오일머니의 팀들을 차례로 꺾으며 움켜 쥔 영광이었다. 하지만 심판 매수 파문은 옥에 티였다. 전북은 스카우터가 2013년 심판을 매수한 사건이 들통나 K리그 클래식에서 승점 9점 감점과 벌금 1억원의 징계를 받았다. 결국 전북은 승점 삭감 영향으로 K리그 클래식 우승컵을 FC서울에 내줬다.
21 두산 21년 만에 다시 통합 우승
한국 최고의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에선 두산 베어스가 21년 만에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판타스틱 4’를 앞세워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당분간 프로야구는 두산 천하가 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00 프로야구 최형우 100억원에 사인
올 시즌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타자 중 최대어로 꼽히는 최형우가 총액 10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을 받고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1999년 FA 제도가 생긴 이후로 17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에서 100억원 시대가 열렸다. 한 때 방출 아픔까지 겪었던 최형우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썼다. 하지만 몸값 거품 논란도 함께 벌어지며 FA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졌다.
108 '염소의 저주' 컵스 한 세기 만에 우승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선 시카고 컵스가 지긋지긋했던 ‘염소의 저주’를 깨고 무려 108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염소의 저주는 1945년 한 팬이 염소를 끌고 리글리필드에 입장하려다 제지당하자 “이 곳에서 다시는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으리라”라고 말한데서 유래했다. 공교롭게도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와후의 추장 저주’에 몸서리친 팀이었다. ‘저주 시리즈’로 불린 올해 월드시리즈는 결국 컵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2016 스포츠 결산] 리우 투혼에 웃고 ‘체육계 농단’에 허탈
입력 2016-12-29 04:01